성도재일
성도재일
  • 법원<청주 능인정사 주지 스님>
  • 승인 2018.02.0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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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 법원

음력 12월8일은 싯달타 태자가 한나라의 왕자로 태어나 부귀영화를 버리고 출가해 히말라야의 설산에서 6년간의 목숨을 거는 고행 끝에 보리수나무 아래서 망념을 조복 받고 자유자재한 위없는 정각 깨달음의 경지를 이룬 성도재일입니다.

성도재일은 고타마 싯다르타라는 인물이 깨달은 날이 되겠지만 불교적으로는 부처님이 깨달음을 보여주신 날입니다. 부처님이 깨달은 것은 일차적으로는 한 개인의 깨달음에 해당하지만 그 의미를 되새겨보면 부처님이 인간의 몸으로 깨달음을 이루었듯이 우리 중생들 또한 부처님과 같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신 뜻을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이라고 하는데, 묘법연화경에서는 `개시오입(開示悟入)'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깨달은 우주의 진리를 자신만이 아니라 중생들에게 열어 보이는 것이 한자로 개시(開示)요, 이를 본 중생들로 하여금 자신처럼 깨달음을 얻어 부처님과 같은 경지에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오입(俉入)입니다. 불자는 나도 깨달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믿어야 합니다.

깨닫기 전에는 부처님께서도 중생이었습니다. 부처님이 되시고 나니 함께 숨 쉬고 사는 모든 중생이 다 중생이 아니라 본래 부처님인데 그 사실을 알지 못해서 힘없고 비루한 중생을 자처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아시고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렇게 그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해탈문을 열어 보여주셨는데도 하근(下根)한 중생들은 어리석어서 그 뜻을 사무치게 알지 못하고 여전히 의심하고, 불법을 만났다고 하는 사람도 수행이 아니라 구복(求福)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화엄경에 부처님께서 성도 후 하신 찬탄이 실려 있습니다. “기이하다. 기이하다. 일체중생, 유정, 무정이 모두 다 여래의 지혜덕성을 구족하고 있구나.” 그런가 하면 무상의경에는 “딱하다 중생이여, 여래가 중생 몸 안에 있거늘 보지 못하는구나.”라고 쓰여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성도는 인간을 때 묻을 수 없고 더럽혀질 수 없는 금강석과 같은 존재로 격상시킨 `인간 존엄성의 회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도를 하기 위해 선정에 잠겨 있던 자리를 금강보좌라고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어둠 속을 헤매다가 죽으면 썩는 송장에 불과했던 하찮은 인간에게 밝은 빛을 주시고 죽음의 공포로부터 해방을 시켜 금강보좌에 앉을 수 있도록 해주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성도는 단순한 개인의 해탈이 아니라 온 중생 구원의 선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둠에서 시달리고 미혹에서 시달리고 고통에서 시달리는 이 고난에 빠진 연약한 중생들에게 해탈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먼저 깨닫고 깨달았으면 함께 나누라고 하셨습니다. 자비가 동반되지 않는 혼자만의 성불은 아무 의미가 없는 또 하나의 탐욕입니다. 청정비구로써 추상같이 자신을 경책하며 용맹정진을 하는 수좌라도 깨달음을 자비로써 회향하겠다는 원을 세우지 않고 부처님 밥을 먹고 있다면 엄청난 빚을 지고 있는 것인데, 하물며 바라는 것은 많고 크면서 나누는 것에는 지극히 인색한 불자라면 그 과보를 면할 길이 없을 것입니다.

성도재일을 맞이하여 성불을 자나깨나 염원하고 지혜를 얻으면 그것을 이웃과 사회와 나아가 인류에 자비로써 회향하는 참다운 불자로 거듭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도 그런 스님이 될 것을 다짐합니다. 다 같이 성불하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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