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의 선택
두 가지의 선택
  • 김경수<수필가>
  • 승인 2018.01.3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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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김경수

어느 변방에 동나라와 서나라가 있었다. 두 나라는 모두 가난하고 힘이 약한 아주 작은 나라였다. 두 나라는 늘 이런 사정으로 바람만 불어도 근심과 걱정이 떠나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두 나라에 철광산이 발견되었다. 두 나라의 왕은 철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해야 좋을지 기쁨보다 고민이 앞섰다. 두 나라는 가난에 굶주린 백성을 생각한다면 농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 너무도 힘이 약한 나라이기 때문에 오랑캐들로 인해 백성들과 나라가 도탄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 이유를 놓고 신하들 사이에는 언제 쳐들어올지도 모를 오랑캐들의 침략보다 우선 당장 조금이라도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농기구를 만들자는 신하와 오랑캐에게 약탈을 당하고 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면서 오랑캐들의 침략에 대비해 병기를 만들자는 신하들로 나뉘었다.

동나라의 왕은 고심 끝에 이런 신하들의 의견을 모두 받아들여 반은 농기구를 만들고 반은 병기를 만들기로 하였다. 하지만 서나라의 왕은 우선 당장 굶주림에 죽어가는 백성부터 생각하기로 하고 전부 농기구를 만들기로 하였다. 두 나라의 백성은 농기구가 다 닳도록 굶주림을 면하려고 일을 했다.

그러나 동나라의 백성은 서나라 백성들보다 농기구가 부족해 곡식이 서나라 백성보다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동나라 백성들은 창고 구석에서 녹이 슬어가는 병기를 보며 뒤에서 왕을 어리석다고 수군거렸다. 그런 반면 서나라는 모두 농기구를 만들어 백성들이 열심히 일을 한 덕분에 동나라보다 많은 곡식을 생산할 수 있어 그런대로 만족스럽게 살아가고 있었다.

서나라의 왕은 이런 백성들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다행스럽게 생각했지만 동나라의 왕은 백성들의 불만의 소리가 바람을 타고 귀에 흘러들어 올 때면 자신의 결정이 어리석은 것이 아닌가 하면서 몹시 괴로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랑캐가 쳐들어와 전쟁이 일어났다. 동나라 백성들은 농기구를 손에서 놓고 준비된 병기를 들고나가 빠르게 맞서 싸운 덕분에 그나마 그들의 곡식과 목숨을 지키며 희생과 손해를 줄일 수가 있었다.

하지만 서나라는 서둘러 농기구를 병기로 만들어 싸우려다 보니 시간이 지체되어 많은 희생자와 큰 손해가 생겨나 왕은 매우 가슴이 아팠다. 동나라의 왕은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벗을 수 있었고 백성은 왕의 깊은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랑캐들이 물러갔다. 동나라의 병기는 제자리를 찾아 돌아가고 그 대신 농기구를 들고 나와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러나 서나라는 병기를 다시 농기구로 만들어 써야 했다.

하나는 미래의 예측적 변화에 대한 이분적 대비와 또 하나는 현재의 당면적 변화에 대한 실리적 대처이다. 전자는 미래의 막연한 변화에 대해 만약에 비상적인 일들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것처럼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이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사실로 맞이한다면 그것만큼 최대의 효과 또한 없을 것이다.

후자는 현실에 적극적으로 부합을 하면서 눈앞에 절실한 현실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겠지만 미래에 닥쳐올 변화에 대해 만약에 비상적인 일들을 맞이한다면 그것만큼 최악의 상황 또한 없을 것이다. 모든 일에 관점은 상황에 따라 그 선택 또한 다양하겠지만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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