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소주 한 잔 하자
언제 소주 한 잔 하자
  • 박학순<청주시 청원구 토목개발팀장>
  • 승인 2018.01.31 2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 박학순

“밥 한번 먹자”, “언제 소주 한잔 하자”소주나 밥을 꼭 먹는다기보다 헤어질 때 아쉬움을 담은 인사말로 남기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사람들은 상대방에 대한 살가운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지나가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 언제가 언제가 될런지 마냥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주기적으로 연락을 취하며 술 약속을 잡을 때까지 갈구하는 부류의 사람들도 있다. 누구와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가족이나 직장동료 그리고 친구나 지인 또는 임의로운 사이일 것이다.

술도 마찬가지다.

부담스런 자리는 피하고 싶고 마지못해 참석하면 흥에 겨운 분위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첫 만남의 자리에서 술을 함께 마신다는 건 더더욱 조심스럽기 마련인데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가령 진정한 술꾼들끼리 어색한 첫 만남에서 3차까지도 가고 새벽이 아쉬워 해장술도 마다 않는 선수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애주가들에게서 가끔 듣는 말이다.

“술이 석 잔이면 대도에 통하고 술이 한 말이면 자연에 접하니 취흥을 모르는 맹숭이에게는 아예 권하지도 말아라!” 이렇듯 그들에게 술 한 잔은 삶 자체인 것이다.

보통 평범한 사람들은 아무하고나 술을 마시지 않는다. 술이란 그저 즐김의 대상이고 목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술자리의 목적은 함께하는 사람과의 교감일 것이다.

제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함께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맛은 달라질 수 있고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있으면 어디서 무엇을 해도 즐겁고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친한 친구사이에 또는 가족이나 친지 간에도 술자리에서의 느낌은 제각각일 것이다.

직장 내에서 음주는 어떠할까?

나의 경우 30대에는 즐거움보다는 상사와의 연장근무에 가까웠고 40대엔 주관적이었으며 체력적 한계와 주량을 가늠하며 즐길 수 있는 시간도 많았었다. 50대가 되어 술은 모임에서 대화를 위한 도구만으로 활용되고 있고 때로는 연하의 직원 눈치 보며 따라다니는 정도로 전락하고 있었다.

이렇듯 술은 때와 장소에 따라 함께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그 맛의 차이가 확연히 달라진다. 그래서 술 맛은 곧 사람 맛이라고도 한다. 나는 번개모임을 포함 월 5회 정도의 술을 마시는데 애주가도 음주예찬론자도 아니다.

며칠 전에도 술을 마셨다. 물론 그날도 사람 맛이었다.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들과의 술자리 약속은 기다리는 시간마저도 행복하고 설레게 만든다.

안주는 알탕이었다. 세 명이 알탕 중짜리 시켜놓고 소주 여섯 병을 먹고 일어섰다. 알중(알탕 중짜리)을 좋아하는 친구와 가끔 그 집을 찾을 때면 그 친구는 이렇게 주문한다.

“사장님 여기 알중에 시원이요”

식당주인은 바로 알아들을 수 있겠지만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 알중은 그저 알콜중독자의 줄임말로 들렸을 것이다.

김영란법이라는 부정청탁금지법도 어느덧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나서 술 한 잔, 밥 한 끼 먹자는 말이 사라져 가고 최소한의 인간관계마저 다이어트해야 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요즘 현실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친구야! 언제 소주 한잔 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