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을 맞으며
2월을 맞으며
  • 김기원<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8.01.3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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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

어느새 2월입니다. 새 달력을 건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달력 한 장을 뜯어냅니다.

쓰레기통에 던져진 1월이 너도 머잖아 그리될 터이니 정신 바짝 차리고 살라 합니다. 무엇에 쫓긴 듯 정신없이 살았으니 그런 소리 들어도 쌉니다.

인연 닿는 사람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신년모임에 얼굴을 내밀다 보니 열흘이 금세 지나갔고, 역대급 소·대한 한파에 잔뜩 움츠리고 어처구니없는 제천·밀양화재참사에 놀라다 보니 1월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어요.

아무튼 2월은 일 년 중 두 번째 달이자, 12달 중 가장 짧은 달입니다. 하여 샐러리맨들에게는 짧아서 좋은 달이고, 기업인이나 자영업자들에게는 짧아서 시린 달이지요.

또한 2월은 추운 겨울터널을 벗어나는 달이지만 노약자들이 곧잘 유명을 달리하는 고약한 환절기이기도 하고요, 농업인들에겐 농한기를 끝내고 영농 준비를 시작하는 몸 푸는 달입니다.

금년은 설날 연휴까지 있어 철없는 아이들에겐 설빔과 세뱃돈 받는 신나는 달이지만 살림살이 빠듯한데 돈 쓸 일과 챙겨야 할 일들이 많은 가장에겐 미편하기 그지없는 달입니다.

그러나 졸업하는 중·고등학생들은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3월 초까지 자유를 만끽하는 달이고, 재학생들은 학년 승급을 앞두고 봄방학을 덤으로 받는 축복의 달이지요.

각설하고 2018년 2월은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되는 역사적인 달입니다.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 개최 이후 30년 만에,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개최 이후 16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지구촌이 주목하는 대제전이 열리니까요.

분단된 대한민국이,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가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과 함께 동·하계올림픽과 월드컵축구대회를 모두 개최한 6번째 나라가 되었으니 당연지사입니다.

금년 6월에 월드컵축구대회를 개최하는 러시아가 우리나라에 이어 7번째 나라가 되고, 내로라하는 영국과 중국도 못 이룬 일을 해냈으니 참으로 대단한 나라이고 자랑스러운 국민입니다.

아무튼 핵과 미사일로 전쟁불사까지 운운하던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여해 외견상으로는 평화의 올림픽제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수 조원의 돈과 정성을 들여 차린 잔칫상인데 시쳇말로 죽 쒀서 개 주는 꼴이 될 개연성이 있어 지켜보는 국민의 심사가 그다지 즐겁지 않습니다.

정부에서는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릭픽이 되었다고 자찬하지만 평양올림픽이 되고 말았다는 비판도 비등하니 말입니다.

우리 정부의 용의주도한 사전 조율에 의해 북한을 끌어들인 것이 아니고, 김정은의 신년사로 그것도 올림픽을 불과 한 달 앞두고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진행되고 있어서입니다.

현송월 일행의 방남이 대표적인 예였습니다.

방남 중지를 선언했다가 아무런 해명 없이 다음 날 내려와 강릉과 서울을 헤집고 다니며 공연장소를 낙점하는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었습니다.

북쪽 점검단에 우리의 발전상과 국력을 보여주는 부대효과를 노렸다 할지라도, 정부가 사전에 국민들이 관람하기 좋은 최적의 공연장소를 선정해 보여주고 무대장치와 조명이나 음향 등 북측의 요구 사항이 있으면 들어주면 될 일이었는데 말입니다. 자고로 잔치는 신이 나야 합니다. 주인도 손님도 구경꾼도 다 같이.

우리가 유치한 여러 차례의 국제대회에 방남해 융숭한 대접을 받고 돌아가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변했던 북한입니다. 개최국 대한민국이 태극기를 포기하면서까지 북한을 배려하고 있는데도 그럴 개연성이 농후하니 씁쓸하기 그지없습니다.

아무튼 동족상잔의 전쟁은 막아야 합니다. 정부와 국민이 합심해서 북한과 미국이 불장난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하여 평창올림픽이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여는 요술창'이 되기를. 얼었던 대동강물이 풀리듯 남과 북이 해빙되는 2월이 되기를 빌고 또 빕니다.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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