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의 원죄, 토지와 금융
불평등의 원죄, 토지와 금융
  • 정규호<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8.01.3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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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 정규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아파트가 돈이 아닌 집'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말인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선 여태껏 통하지 않았다.

오늘부터 신 DTI(총부채 상환비율)이 작동된다.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1차적으로 발휘되는 것이다.

신 DTI는 부채에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와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만 포함하던 기존 방식과는 달리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에 부채를 추가함으로써 다주택자의 돈줄 차단을 겨냥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2010년을 기점으로 100%를 넘어섰다. 충북의 경우 2015년 통계에서 111.2%로 집계됐으며, 전국적으로 100% 미만은 서울(96%), 경기(98.7%) 등 수도권에서만 나타난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겼다는 말은 가구당 주택 1채를 보유하고도 남는다는 뜻이고, 이는 누군가가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서울 강남에 이어 강북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집값 상승이 이어지는 것은 아무래도 부동산 시세차익의 괴력을 절대로 빼앗기지 않겠다는 작전세력 혹은 보이지 않는 손의 준동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19세기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는 <진보와 빈곤>이라는 저서를 통해 “우리는 토지를 공공의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공동체는 토지가치에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공공의 유산(inheritance)을 되찾아 올 수 있고, 동시에 생산 활동에 부과되는 불합리한 세금을 철폐할 수 있게 된다. 그는 토지가치세(또는 지대조세제)를 통하여 토지 투기의 유인을 차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토지의 효과적인 사용을 촉진하게 됨을 논리적으로 증명하였다. 또한 토지 위의 건축물이나 어떤 산업에 대해서도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지 않음으로써 공정한 시장경제를 이룩할 수 있다고 믿는다. <위키백과사전에서 인용> 우리나라는 한때 `건설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부동산 개발 중심의 경제 성장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이런 성장 배경의 부작용으로 2005년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상위 1%가 국토의 사유지 가운데 51.4%를 소유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문제는 토지가 금융자본과 더불어 대표적인 불로소득과 소득 불균형의 절대 지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 가을 미국 금융의 중심지 월 스트리트에 젊은이들이 모여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미국의 상위 1%가 미국 전체 부(富)의 50%를 장악하고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방값 걱정, 끼니 걱정을 하지 않게 해달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럼에도 세상은 여전히 나아진 게 없다. 젊은이들은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해 알바를 전전하고 있고, 내 집 마련은 감히 꿈조차 꾸기 어렵다. 그러니 결혼은 엄두도 못 내고 있어 출산율은 나라의 존폐를 걱정할 정도로 심각하다. 게다가 빠르게 진입하는 고령사회로의 인구구조로 인해 일하는 젊은 세대가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의 증가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해결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나눔과 평등의 원칙에 따른 부자 증세는 이제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다주택 보유자에게는 그에 따른 임대세를 부과하면서 투명한 소득을 보장하게 하고 부동산 전매에 따른 시세 차익을 노리는 불로소득에는 그에 적절한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일을 한다는 것, 즉 노동의 생산성은 분배와 소비로 전이되는 경제의 3요소에 해당한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마라'는 말은 기독교 윤리인 프로테스탄드의 기본이며, 중국 선농불교의 선사 백장의 가르침이다. 세상을 바로 잡는 일은 의외로 심오하지 않다. 일을 하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불로소득에 대가를 지불하도록 해서 사람들과 두루 나누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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