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 모임
찜질방 모임
  • 박윤희<한국교통대 한국어 강사>
  • 승인 2018.01.3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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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박윤희<한국교통대 한국어 강사>

모처럼 쉬는 토요일. 추운 날씨에도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1년에 한 번 연중행사로 찜질방 모임이 있는 날이다. 23년째 모임 하는 선배 문우들과의 외출이다.

얼마 전 제천 사우나 화재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건이 있었던 탓에 마음 한 편이 무겁다. 처음에 찜질방 모임을 하게 된 것은 나이 든 선배 문우들을 위한 배려로 시작했다. 그런데 지난달 막내인 내 입에서 먼저 찜질방 가자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 오늘 모임이 더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도 잠시 약속 장소로 향했다.

이른 출발로 대부분 문우는 세수도 안 하고 나왔다. 우리는 두 차에 나누어 타고 1시간가량의 온천 찜질방으로 향했다. 오늘 일정은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 매번 그랬던 것처럼 도착하면 목욕하고 이른 점심을 먹고 찜질방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2000원의 행복인 안마 마사지를 받고 4시쯤 샤워를 끝내고 나와서 5시에 한정식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모임의 일정은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다.

올해 여든 된 스승과 막내 제자와의 나이 차이가 30년. 총 12명 중 9명이 참석했다. 모임 시작한 지 23년. 이젠 격이 없이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연령층이 다양해서 남들은 쉽지 않을 거라 말했지만 오래도록 모임을 해도 변함없이 잘 지낼 수 있었던 건 문학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송년회는 따로 하지 않고 1년에 찜질방 가는 것으로 신년회를 대신했던 것이 이젠 모임의 막내인 내가 찜질방 가는 걸 즐길 나이가 되었다.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이다. 그래서 사람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사람과 친해지려면 밥을 같이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함께 목욕을 가면 더 허물없는 사이가 된다는 말도 있다.

요즘 각자 바쁘게 살다 보니 사람과의 관계를 맺을 시간이 없어지고 있다. 시간이 있다 하더라도 관계 맺는 것에 대한 어려움으로 혼밥, 혼술이 늘고 있다. 시간이 없어서기도 하지만 자신의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허비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기 때문이란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자연스럽게 확산하고 있다. 가족 모임을 하려고 해도 자식들에게 일주일 전에 미리 상의해야 온 가족이 식사를 같이할 수 있을 정도로 각자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나름 각자 자신의 삶에 충실한 것도 좋지만 가족 간의 소통도 쉽지 않게 되었다. 사람과의 관계나 소통이 어려워지는 이때에 묵은 때를 벗기며 맨몸으로 만날 수 있는 지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전화가 없던 시절에는 편지로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 늦게 도착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래도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첨단기술의 발달로 우리의 삶은 무척 편해졌다. 세계 어느 곳에 있어도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주고받기 때문에 연락이 안 돼서 생기는 일은 없게 되고 소통도 잘 될 거라는 우리의 생각은 빗나갔다.

요즘 스스로 소통하고 싶어 하지 않는 마음 때문에 소통의 문제가 생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나와 소통하고 싶어 하는 사람하고만 소통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겠다. `소통은 편해지는데 사람들의 마음은 왜 더 외로워지는 것일까요?'라는 광고문구가 마음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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