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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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2.1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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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 효과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위의 인용 글은 중년의 나이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아련한 추억과 로맨스를 기억하게 하는 박목월 작사, 김순애 작곡의 '사월의 노래' 이다.

당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라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가슴을 울려주었던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주인공 베르테르와 사랑하는 여인 로테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종말을 보고 한없는 상상의 나래를 폈던 기억들이 있다. 이렇게 아름다웠던 추억이 서려 있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사월의 노래'는 오늘날 험난한 세태 속에서 또 다른 세상 것들로 고민에 빠져야 했다. 즉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라는 망령 때문이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청순하며 팬으로서 모방의식이 강한 젊은이들에게 목숨을 담보로 한 모방효과가 한반도를 떠들썩하게 있다. 최근에 연이어 발생한 일부 연예인들의 자살소동이 베르테르 효과 논쟁에 불을 붙였다.

이러한 논쟁의 중심에는 언론매체가 자유스러울 수 없다.

두 연예인의 죽음에 조의를 표하고 삼가 명복을 비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죽는 현실 속에서 굳이 한 연예인의 죽음에 언론이 선정적으로 야단법석을 피운다는 사실이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보도를 통하여 모방자살을 예방한다고 하지만, 보도를 담당하는 기관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들은 알고 있다.

지난해 2월에 있었던 한 연예인의 죽음 이후 2월22일부터 3월17일까지 모방자살률은 종전의 수치(하루 0.84명)보다 2.5배 증가한 하루 2.13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시 보도형태는 상당기간 지속적으로 언론 및 신문 매체를 장식하고 있었다.

얼마 전 자살한 연예인의 미니 홈페이지에 그가 남긴 잡글이 엄청난 유서인양 호들갑을 떨었으며, 모방자살을 걱정하는 양 몇 해 전 사건까지 들추어내어 보도경쟁을 하였다. 그러나 의도와는 달리 연예인의 자살을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듯한 모양새로 받아들여졌다면 이는 어떻게 이해되어져야 하는가.

세계보건기구는 '베르테르 효과'를 가져온다는 이유로 몇 년 전에 언론의 자살보도에 대한 확고한 원칙을 발표했다.

첫째, 유명인의 자살은 될수록 지면과 단수를 최소화 하라. 둘째, 주검과 현장, 자살수단의 사진 등을 싣지 마라.

셋째, 복잡한 자살의 동기를 단순화 하지 마라.넷째, 고통에 대처하는 선택이나 해결책인 것처럼 표현하지 마라.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원칙을 고수한다면 연예인들의 자살에 따른 모방효과는 더 이상 기승을 부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생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조차 없으며, 선택권 자체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는 창조주의 섭리에 따른 것이다.

귀하고 소중한 우리의 생명을 존중하려는 생명존중사상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어느 한 개인의 노력으로 완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의 몫일 뿐이다. 그러나 개인은 개인들의 위치에서,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각 주체들은 모든 영역에서 주어진 몫을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더 이상 어느 특정인의 자살 소동이 부각되는 것이 아니라 각종 보도에서 최소로 다루어지고 그 이면에 정신건강과 생명존중 사상이 더 중요하게 인식되도록 세계보건기구의 보도원칙을 지키려는 노력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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