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대로 된다
믿는 대로 된다
  • 유현주<청주시립도서관>
  • 승인 2018.01.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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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유현주<청주시립도서관>

그리스 신화에는 지중해 키프로스 섬을 배경으로 홀로 사는 조각가 피그말리온이 등장한다. 볼품없는 외모를 지녔던 그는 사랑에 대해서는 체념한 채 조각에만 열정을 바쳤다.

언젠가는 자신도 사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온 정성을 다해 상아로 여인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완성된 조각상은 누가 보더라도 완벽한 여인상이었다.

그는 조각상에 `갈라테이아'라는 이름까지 지어주면서 점차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신에게 `갈라테이아'를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고 기도했다. 피그말리온의 순수한 사랑에 감동을 받은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그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고, 피그말리온은 `갈라테이아'와 결혼하여 자식까지 낳았다고 한다. 해피엔딩이다!

이 신화와 맥락을 같이하는 `자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는 용어가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이 사용한 용어로 평소 자신의 다짐이나 소망을 적어 외우면, 그런 간절한 기대를 현실로 만들어가는 힘을 발휘하게 되는 마음의 힘, 정신의 힘을 설명하는 용어이다.

신화 속에서는 간절히 기대하고 바라던 한 사람의 열망이 차가운 조각상에 생명을 깃들게 하는 기적을 일으켰지만 현실 속에선 그런 기적은 없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거는 긍정의 주문이 자기 삶의 상황을 호전시키는 기회는 가져 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티븐스필버그 감독이 12살 때부터 아카데미 시상식에 나오는 모습을 간절히 상상했다는 이야기나 자신이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을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다던 파블로 피카소의 일화가 바로 대표적인 자성적 예언(自省的豫言)의 효과이다.

연말과 새해가 되면 도서관 중장년층 이용자들로부터 마음이 무겁고 우울해지는데, 그걸 극복할 책을 추천해 달라는 요구를 종종 받는다.

가는 해, 오는 해 그 세월의 무게 앞에서 상대적으로 작아지는 자신의 발견.

뜨겁던 청춘의 방황이 끝나고 다다른 중년에는 인생의 해답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중년이 되고 보니 마음속에선 이런저런 불안들이 더욱 기승을 부린다. 인생을 달관하고 관조한 노년이 코앞이라면 오히려 담담히 현실을 직시할 수도 있겠지만 청년도 아니요, 노년도 아니요, 딱 그 중간의 나이가 불안하기 그지없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고 지금 이대로 가자니,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다는 생각에 두렵다. 무엇보다 몸도 마음도 예전 같지 않으니, “정말, 이대로 살아도 괜찮을까?”싶은 것이다.

그래서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으며 그 나이에 맞는 삶을 살아나갈 수 있는 지혜와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지친 마음과 헝클어진 정신의 힘을 되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 자신의 행동과 성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인 나만의 기대감이나 믿음을 갖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이 잘 풀릴 거야.'라고 생각하면 잘 풀리게 된다. 믿음이 미래를 만들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다. 즉, 스스로 가지고 있는 굳은 믿음대로 자신의 행동에 구속력을 가하여 그 믿음이 현실이 되게 만드는 마법! 그것이 바로 피그말리온 효과이자, 자성적 예언의 효과이다.

올 한 해,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가. 자~ 그렇다면, 자신만의 기대감과 믿음을 가지고 열심히 주문을 외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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