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 꿈이 없다
젊은 세대, 꿈이 없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8.01.23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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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청소년들의 희망 직업 상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직업군은 연예인이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07년부터 매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데 10년 동안 청소년 희망직업 상위 10위 안에 연예인은 늘 포함돼 있다.

아이돌 스타의 화려한 공연 모습을 보고 연예인을 꿈꾸는 청소년도 있고, 수십억 원대의 건물을 여러 채 보유했다는 20대 연예인 소식을 듣고 연예인을 장래 희망직업으로 꼽는 때도 있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재능과 소질보다 연예인들이 누리는 물질적 풍요로움과 특혜만 눈에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유명 가수인 정용화씨가 면접 과정 없이 경희대 대학원 박사과정에 합격해 특혜논란을 빚으며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일반 대학생들은 머리 싸매고 학업에 매달려야 하고 수없이 많은 논문을 제출해야 석사, 박사 과정을 밟을 수 있다. 그런데 장 씨는 면접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학교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았다고 하니 청소년들이 연예인을 꿈꾸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하는 사람만큼 행복한 이는 없다. 그럼에도 행복을 찾는 방법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꿈꾸는 직업은 한계가 있다.

창업 성공 사례를 접한 중학생의 47.3%, 고등학생의 48.0%가 실제로 창업을 해보고 싶거나 관심이 생긴다고 응답했지만 현실에서는 연예인을 선망하는 게 우리의 교육 현실이다.

중·고 학생 가운데 진로를 결정하지 않은 학생의 40%는 적성과 흥미를 몰라서, 나머지 20% 정도는 관심이 없어서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생도 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대학생 10명 중 6명은`졸업 후 진로'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한다.

20살이 넘은 나이에도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다 보니 대학에서조차 재학생을 위한 진로지원 기본계획을 세우고 진로 지원 부서를 별도로 운영하는 상황이다.

2년 전 일이다.

자전거 페달을 밟아 61일간 시베리아를 횡단한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에 재학 중인 박하늘씨를 만났다.

단돈 100만원을 들고 그가 시베리아로 떠난 이유는 오직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서였다.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있던 하늘씨는 평소 사막에 화려한 도시를 건설한 중동의 두바이처럼 북한과 중국, 러시아 경계선에 자신의 손으로 글로벌한 도시를 세우는 게 꿈이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노어노문을 복수 전공으로 선택했고, 시베리아 횡단에 앞서 사전답사 차 만주와 극동 러시아를 세 차례 다녀왔다. 꿈에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해 그는 에스토니아 탈린대 교환학생을 신청했고 당당히 합격했다.

하늘씨는 자신이 꾸는 꿈이 헛된 꿈이 아님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편한 하늘길이 아닌 강원도 동해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배로 이동한 뒤 이후 에스토니아 탈린까지 7232㎞를 자전거와 히칭하이킹으로 61일간 달렸다. 여행길에 만난 100여명의 현지인들에게 받은 따뜻한 환대의 보답으로 책을 발간해 선물하겠다고 약속한 하늘씨는 자신의 여행기를 영어와 러시아어로 유튜브를 제작했고, 책 발간을 위해 수십군데 출판사에 노크하고 다녔다.

꿈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남의 시선을 의식해 방황하는 청소년, 대학생들에게 박하늘씨가 자신의 꿈을 구체화하기 위해 시도했던 도전이 자극제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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