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공방에 민생은 뒷전
적폐청산 공방에 민생은 뒷전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8.01.22 2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여야가 적폐청산을 놓고 연일 공방이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새 정부 출범 후 벌써 해를 넘기며 싸우고 있다.

검찰의 적폐 청산 수사는 지난 8월 국정원의 사이버 댓글 부대 수사를 기점으로 출발했다.

이후 문화계 블랙리스트, 청와대와 국정원의 보수단체 불법 지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비선보고 의혹 사건 등에 이어 채용비리,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마지막으로 MB의 다스 관련 의혹으로 방점을 찍게 될 전망이다. 대충 선 굵은 `것'들이 이 정도이지 실제 검찰이 진행 중인 적폐 관련 수사는 30여 건이 넘는다. 금융, 경제, 방산, 교육, 공기업 비리에 이르기까지 백화점을 차려도 될 지경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그동안 적폐 청산 작업을 이어왔던 것은 이를 지지하는 여론의 힘 덕분이었다. 적폐청산 작업 초기 80% 이상의 국민이 전폭적으로 박수를 보냈던 여론조사 결과가 잘 말해준다.

여론의 지지가 그처럼 확고했던 것은 전 정권들의 과오가 워낙 어처구니없이 명백(?)했기 때문이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연예인들의 출연을 금지하고, 돈을 주고 관제 데모를 유도해 정국을 유리하게 이끌고, `치졸'하게 사이버 댓글부대를 만들어 여론을 조작하는 따위의 행태는 국민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까지 탄력을 받고 추진되던 새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이 요즘 돌연 암초를 만났다.

바야흐로 지방선거 시즌이 시작된데다 최저 임금 시행과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참가 등이 새 `이슈'로 등장하면서다.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최저 임금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국가대표 아이스하키팀의 기회 박탈에 대한 젊은 층의 반발 심리가 표출되면서 여론이 잠시 돌아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야당은 때를 기다렸다는 듯 연일 맹공이다.

자유한국당은 적폐 청산 수사를 전 정권에 대한 정치 보복으로 단정하고 공세를 벌이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보복-에 고무돼 힘을 싣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아랑곳없이 마이웨이를 외치고 있다. 당내에서 속도 조절론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미 반환점을 돌아선 적폐청산 작업을 다시 되물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걱정되는 것은 우리 민생이다. 정치권 적폐 청산을 놓고 대립하는 바람에 최저 임금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나 강남 부동산 광풍, 청년 실업 문제 등에 아무런 해법도 내놓지 못한 채 뒷짐만 지고 있다.

예기(禮記)에 `정치가 호랑이보다 무섭다(苛政猛於虎)'는 말이 나온다. 가혹한 세금에 시달려 산속에 들어간 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인이 공자에게 한 말에서 비롯됐다.

여인은 공자가 “왜 집으로 돌아가지 않느냐”고 묻자 “남편과 자식이 모두 호랑이게 물려 죽었지만 그래도 산에서는 세금에 시달릴 일이 없다”고 말한다. 정치를 잘못하는 세상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지를 잘 알려주는 일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