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행복한가요
당신은 행복한가요
  • 이헌경<진천여중 사서교사>
  • 승인 2018.01.22 2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이헌경

새해 아침에 떠오르는 해는 평소의 아침보다 더욱 찬란하게 느껴진다. 보고 싶고, 듣고 싶고, 느끼고 싶은 나의 무궁한 바람을 가득 담은 찬란한 붉은 해를 마주하는 그 순간은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 같은 벅차오름이 있다. 새해에도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지그시 눈을 감고 작게 읊조려본다.

가끔 우리는 나의 기쁨을 행복이라 착각하기도 한다. 어린 날, 세뱃돈을 받아서 기뻤지만 그 기쁨이 행복으로 지속되지는 않았다. 생일날, 생일 선물을 받아서 기뻤지만 그 기쁨이 행복으로 지속되지 않는다. 이렇듯 기쁨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잊어버리게 되며 그러한 기쁨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었다.

이처럼 현재의 우리는 `행복'을 개인적인 즐거움이나 안락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에서는 풍족하고 행복한 삶을 나타내는 의미로 쓰인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는 자기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했을 때의 상태를 말한다. 당시의 삶은 개인적인 삶이 아니라 공동체적인 삶이었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은 `행복은 원래 두 사람 몫으로 태어났다'고 한다. 급속도로 진행된 자본주의 발달에 의한 개인주의 사회를 경험한 우리는 행복에 대한 지금 과도기적 혼란을 겪는 것이 아닐까.

행복의 의미와 가치는 교육계가 추구하는 `행복교육'에서도 드러난다. 민주적인 학교문화 조성, 배움 중심의 교육과정 편성·운영, 전문적 학습공동체 구축, 소통과 배려의 공동체 학교 형성을 통하여 교육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즉 행복이라는 단어 속에는 `함께, 같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불행, 무력감, 우울, 절망, 슬픔, 좌절, 외로움 등 우리에게 전혀 생소하지 않은 행복의 반대말들. 돈이 최우선이 되어버린 세상 논리 속에서 경제적인 수준은 행복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하지만 그렇다면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룬 우리 국민은 모두 행복한가요? 왜 다들 조금 더 가지지 못해 안절부절 총총거리며 하루살이처럼 사는 걸까.

행복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더불어 누리는 것이라는 것을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목요일 늦은 오후, 청주의 한 작은 서점에서 만난 채인선 작가에게서도 들을 수 있었다. 따뜻하고 온화한 미소를 가진 작가의 이야기를 두런두런 들으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들 선물로 고른 `행복이 행복해지기 위해'(채인선 글·노석미 그림)라는 작가의 노오란 책은 `사람들은 행복이 늘 행복한 줄 알고 있었다. 또한 지금껏 그래 왔던 것처럼 사람들 곁에 늘 머물 줄 알았다.'라는 문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행복이는 사람들 곁을 떠나려 한다.

“아이들의 티 없이 맑은 행복을 지켜 주고 싶은 게 내 바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행복을 떠올릴 여유조차 주지 않아요.”

어린이는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 행복이의 바람은 6살 아들을 둔 엄마인 나의 바람이자 우리의 가장 근본적인 바람이라 생각한다. 알면서도 우리는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올바른 노력을 하고 있을까.

행복이 우리 곁을 떠난다면 어떨까라는 나의 질문에 18살 된 소녀가 말한다. “행복은 오고 가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거예요. 가만히 있으면 행복이 저절로 오지 않아요.”

당신은 행복한가요? 건강하게 행복해지기 위해 새해에도 우리 모두를 응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