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이 원하는 방식의 진상조사 이뤄져야
유족이 원하는 방식의 진상조사 이뤄져야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8.01.21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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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29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가고 40명의 부상자를 낸 제천 복합건물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을 맞았다. 소방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이번 참사는 건물 안전관리, 건물의 구조적 문제, 건물 불법 증축, 소방당국의 초등 대처 실패 등 총제적 부실로 드러났다. 우리 재난안전 수준의 `민낯'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합동수사본부는 초동 대처 실패와 지휘체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충북도소방본부와 119상황실을 압수수색 했다. 소방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는 현장 지휘관들이 신속한 초동 대응과 적정한 상황 판단으로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 지시를 내리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휘 선상에 있었던 충북소방본부장이 직위 해제되고 제천소방서장, 충북소방본부 상황실장 등이 줄줄이 중징계를 받았다. 충북소방으로는 치욕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번 참사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소방관들의 탓만으로 돌리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노후된 소방장비, 인력부족 등은 소방관들에게만 책임을 묻기 어렵다. 전국 소방서가 갖고 있는 무전기의 40%가 내구연한을 넘겼다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 생명 구조와 소방관 안전에 가장 필수적인 장비마저 이 정도라는 사실은 놀라움을 넘어 충격에 가깝다.

여기에는 소방장비 구입 등에 들어가야 할 막대한 예산을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는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예산 타령만 하면서 늘 뒷전으로 미뤘던 충북도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합동조사단의 발표에도 소중한 가족들을 잃은 유족들의 슬픔과 의문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급기야 유족들은 자유한국당 제천 화재 참사 진상조사단에 소방합동조사단이 아닌 투명성과 객관성을 가진 국회 등 제3의 기관에서 진상 규명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까지 했다.

유족들이 아직 해소하지 못한 의문은 화재 건물 2층 여자 목욕탕 내부에 구조해야 할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소방당국이 알고서도 유리창을 깨고 내부 진입을 시도하지 않고 계단으로 진입하려 한 계획을 변경하지 않은 것에 강한 의혹과 불만을 갖고 있다.

돌이켜 보면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29명의 고귀한 생명이 불더미 속에서 절규하다 목숨을 잃었고 이를 지켜보던 국민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던 그날의 진실 확인은 반드시 필요하다. 유족들의 의혹과 의문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이 문제가 끝났다고 할 수 없다. 어떤 형태가 됐건 유족들이 원하는 방식의 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만이 사회 갈등을 완화·해소하는 길이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애도 분위기가 한 달째 이어지면서 제천지역 경기도 말이 아닌 모양이다. 이웃과 슬픔을 나누기 위해 말은 안 하고 있지만 도시 전체가 활력을 잃어 상인들은 생계가 큰 걱정이다.

정부와 충북도의 경기 부양 대책이 시급하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재정 조기 집행 등을 통해 우선 제천지역에 돈이 풀리도록 해야 한다. 돈이 돌아야 지역 경기가 생기를 찾고 더 이상 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장기적인 대책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경기 활성화와 함께 제천 시민들의 충격을 해소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정 대책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충북도의 종합대책은 미봉책이 아닌 장기적이고 세심한 종합대책이 되어야 한다. 유족들이 납득할 수 있는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경기 부양책도 속도를 내고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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