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팅 왈츠의 경쾌한 리듬으로 평창올림픽을 성공으로
스케이팅 왈츠의 경쾌한 리듬으로 평창올림픽을 성공으로
  • 이현호<청주대성초 교장>
  • 승인 2018.01.17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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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 이현호

며칠 전 청주예술의전당 뒤쪽으로 지나다가 스케이트장을 보게 됐다. 오랜만에 보는 스케이트장은 어린 시절 즐겁던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행복한 오후가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 무렵 형님이 군을 제대하며 가져온 스케이트를 접하곤 잠을 못 이룰 정도로 흥분했다. 다음날 아침 근처 논으로 가 스케이트를 신고 엉덩방아를 수없이 찧어 가며 배우던 두 발 스케이트였다. 얼마 후 어느 정도 타게 되자 정식 스케이트장으로 가 신나게 스케이팅을 즐겼다. 지금도 스케이트장에서 가장 많이 나오던 음악이 생각난다. 3/4박자의 경쾌한 리듬의 곡인 발트토이펠의 `스케이팅 왈츠'였다.

1882년 작곡된 `스케이팅 왈츠'는 겨울철이면 스케이트를 즐겼던 프랑스 상류 사회의 사교 문화를 빈 왈츠에 담아낸 작품이다. 네 개의 서로 다른 왈츠가 어우러지면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의 경쾌하고 활기 넘치는 분위기를 잘 묘사해 낸다. 에밀 발트토이펠은 1837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태어나 나폴레옹 3세가 있는 파리 궁정악단을 지휘했다. 사교적이고 화려한 궁정 음악 문화를 주도한 그의 작품은 대부분이 궁정 생활이나 행사와 관련 있는 작품들로, 특히 300여 곡에 달하는 무도회용 춤곡을 작곡했다.

발트토이펠이 활동하던 시대에는 빈 궁정에서 슈트라우스 가문 작곡가들이 주도하는 빈 왈츠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발트토이펠 역시 빈 왈츠의 영향을 받아서 많은 왈츠를 작곡했다. 그중에서 `스케이팅 왈츠'와 `여학생 왈츠'는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으며 널리 연주되고 있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스케이팅 왈츠'의 음악 구성은 전체적인 느낌만 말하자면 오스트리아 음악 같은 활기찬 기운의 음색과 서정적인 독일의 음률, 사랑스러운 프랑스 음색이 잘 어우러진 합작품이다. 호른의 기품 있는 서주가 왈츠의 시작을 알리면 목관 악기와 현악기가 미끄러지듯 오르고 내리며 얼음판 위의 스케이팅 분위기를 연출해 낸다. 이후 3박자의 리듬 위에서 우아하면서도 경쾌한 왈츠 선율이 펼쳐진다. 글리산도와 현악기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매끄러운 선율, 때로 스타카토처럼 톡톡 끊어지는 선율 등이 은반 위를 유려하게 오가기도 하고, 때로 익살스럽게 넘어지기도 하는 등 스케이터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생동감 넘치게 그려낸다. 분위기와 느낌이 각기 다른 네 개의 왈츠가 지루함 없이 이어지는데, 첫 번째 왈츠와 세 번째 왈츠는 A장조로, 두 번째 왈츠와 네 번째 왈츠는 D장조로, 서로 딸림음 관계에 있는 조성이 교대로 등장한다. 이 `스케이팅 왈츠'는 춤추기 위한 곡이라기보다는 은반 위를 즐겁게 지치다가 돌아가는 사람들을 묘사한 곡 같은 인상을 주는 연주곡이다. 감미롭고 생생한 선율은 스케이트를 지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발놀림을 보는 것 같이 신나는 느낌을 준다.

`스케이팅 왈츠'를 다시 들으니 문득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우아한 스케이팅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자랑스런 피겨스케이터 김연아 선수가 생각난다. 얼마 후면 세계인의 축제, 제23회 평창 동계올림픽이 강원도 평창과 그 일대에서 다음 달 9일부터 25일까지 17일간 개최된다.

지구촌이 하나가 되고 이 땅에 평화를 기원하는 지구 최고의 축제의 장인 평창 동계올림픽경기장에 `스케이팅 왈츠'의 경쾌함으로 세계인이 하나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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