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아이 있을까” 불안한 교육당국
“사라진 아이 있을까” 불안한 교육당국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8.01.16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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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취학아동 예비소집 시기가 오면 우리는 불안해한다.

사라진 아이들이 있을까 봐 걱정하는 마음 때문이다.

형제가 많았던 70~80년대만 해도 초등학교 입학생이 있으면 집안이 들썩였다.

친척들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를 위해 연필, 노트, 책가방 등 학용품을 한 아름 안겼고 부모들은 자녀의 가슴에 달아줄 손수건을 손수 만들었다. 입학식 때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물론 온 가족이 참석해 낯선 공간에 들어설 아이를 응원했다.

이런 풍경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나 나올법한 얘기다.

요즘은 어떤가?

초등학교 예비소집이 시작되면 교육 당국은 긴장한다.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은 제2의 원영이, 승아 양이 나올까 싶어 사라진 아이들을 찾느라 진땀을 뺀다.

2016년 경기도에 살던 당시 7세의 원영 군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 3월4일 초등학교 입학식 때 원영 군이 학교에 출석하지 않은 것을 이상히 여긴 학교 측이 경찰에 신고했고, 결국 친부와 계모에 의해 원영 군은 암매장된 사실이 드러났다.

충북에서 발생한`승아 양 사건'은 입학유예자로 분류된 승아가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 과정에서 친모와 계부의 학대로 사망한 지 5년 만인 2016년 세상에 공개됐다.

올해 충북에서는 취학 아동 대상 1만4330명 중 1054명이 예비소집에 참석하지 않았다. 도교육청은 소재 파악에 나섰고, 1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소재 파악이 됐다.

정상 입학했다면 올해 5학년이 됐을 A양은 사기혐의로 지명 수배가 내려진 부모와 함께 잠적한 이후 올해로 5년째 소재파악이 안 된다.

전수조사 과정에서 소재파악이 안 돼 학교 측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B양은 다행히 타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입고 먹는데 모자람 없는 시절을 살면서도 현대인들은 행복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몸도, 마음도 추웠던 부모 세대를 부러워한다.

부모 세대들은 옆집 아이가 굶으면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었고, 가난한 집 아이를 배려해 친구 몫의 도시락을 하나 더 가방에 넣어줄 만큼 정이 넘쳤다.

물질적으로 넉넉하진 않았어도 정만은 넘쳤던 시절이었다면 원영이나 승아가 사회의 무관심과 부모의 학대 속에 무참히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논하고 개인보호법을 앞세워 사생활 침해를 못 견뎌 하는 요즘 교육계에선 오래전 사라진 학생 가정 방문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장기결석한 학생을 만나기 위해 가정방문을 했던 A 교감의 경험담은 가슴을 아프게 했다.

매일 술만 마시는 알코올 중독인 홀아버지 밑에서 생활하는 아이는 아침이면 집을 나선다. 온종일 동네를 배회하다 해지면 집에 들어간다. A 교감이 가정방문을 다녀온 다음 날엔 그나마 교실에 앉아 있었다.

그는 “돌아가야 할 집이 도살장처럼 느껴지는데 그 아이에게 학교에서 배운 공부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가정방문을 가보고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 밑에서 아이가 어떤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견뎠는지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원영이와 승아 양처럼 억울하게 사라지는 아이들은 언제든 발생한다. 예비소집이 있을 때만 전수조사하고, 모든 책임을 학교로 전가하는 방식으로는 부모에게 무참히 짓밟혀 사라지는 아이들을 막을 수 없다. 수천 가지 법안보다 작은 사회적 관심과 애정만이 아이들을 위험한 부모로부터 보호할 수 있음을 되새겼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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