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실천, 큰 기쁨
작은 실천, 큰 기쁨
  • 전영순<수필가>
  • 승인 2018.01.1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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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전영순<수필가>

공휴일은 권태로운 일상에 작은 선물이자 이벤트다. 만약 달력에 365일 명절도 휴일도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어떨까? 어쩌면 우리는 휴일을 선물 삼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제야 종소리를 듣고 한해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해맞이하러 뒷산에 올랐다. 벌겋게 달아오르는 해를 향해 자신과 가족, 이웃, 나라의 염원을 담아 곡진히 기도했다. 신성성을 지닌 자연물을 향해 기도할 때는 어린애 마음이 되어야 들어줄 것 같아 착한 순둥이로 있다가 왔다.

기도 중 하나가 사회에 봉사하는 것이다. 첫 행사로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신년회를 겸해 100여 명의 어르신을 모셔 떡국과 다과 등을 대접했다. 다른 동에 비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8개 직능단체와 주민자치위원회, 타단체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이벤트를 자주 연다. 추운 날씨에도 덕담을 주고받으며 육수를 직접 끓여 만든 떡국과 정성이 듬뿍 담긴 음식을 먹었다. 추운 날씨에도 자리를 함께한 사람들의 얼굴에서 떡국에서 올라오는 김보다 더 따뜻한 미소가 피어난다.

요즘은 집 밖을 벗어나면 어디를 가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군중 속의 고독이랄까. 많은 사람과 교우하며 지내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기댈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우리는 본인과 연관성이 없으면 관심을 거의 갖지 않는다.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도 우리가 만들어 놓은 덫에 걸려 점점 개인주의가 되어가고 있다. 날이 갈수록 타인과 소통할 공간이 좁아져 이웃과의 단절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켜갈 수 없는 빈부의 격차로 삶의 방식이 다를지라도 우리의 정마저 계산되어서야 하겠는가.

과학기술의 발달로 고령화에 따른 노인들의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도래된 만큼 현재 기성세대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 기성세대가 어떻게 판을 짜고 가느냐에 따라 노인들의 미래, 아니 현재 우리들의 미래가 달라진다. 물질적인 가치보다는 우리의 삶과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정신적인 가치가 중요한 시기다. 우는 아이에게 사탕 하나 던져주는 시기는 지났다. 각 부처나 단체에서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고민하고 있지만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는 우리가 안고 가야 할 큰 과제다. 요즘 주위에 독거노인이나 치매환자, 질병으로 병원이나 요양원에 의탁하는 노인분들을 자주 본다. 이러한 분들을 뵐 때마다 이분들이 걱정되는 게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심히 걱정된다. 마치 미래의 자화상 같기 때문이다.

문명사회가 만들어 놓은 굴레는 사회와 가정, 개인의 삶에 대한 방향성을 잃게 하고 정신적 빈곤과 소외감만 점점 초래한다. 환경에 적응하며 잘 사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본인의 정체성보다는 분위기에 그냥 묻어가며 사는 경우가 많다. 물질적 풍요 속에 정신적 빈곤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아직까지 우리의 인생이 길어야 백 년이다. 빡빡한 하루는 지루할지 모르지만 한 생은 참으로 짧다. 나이의 속도가 제한되어 있더라도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을 때 뭐든지 도전하는 삶이야말로 가치 있는 일이다.

어려운 세상에도 내 주위에는 정말로 아름다운 손들이 많다. 수십 년 동안 이웃들에게 봉사하는 분들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 나는 이런 분들을 지켜보며 자신을 다잡아 본다. 관심 없으면 그냥 지나쳐버리는 이웃에 내가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지금 기성세대가 어떻게 터전을 다져놓느냐에 따라 현재 우리의 미래는 달라진다. 그냥 배고프다고 빵 하나 주고, 춥다고 난로나 연탄 갖다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으로 행복지수를 올릴 수 있는 일들을 만들어야 한다. 눈을 감는 순간 내가 이 세상에 왔다가 가는 것이 참 잘한 일이야 하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주위에 따뜻한 손길이 오가는 이웃이 있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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