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청주시립예술감독
바람 잘 날 없는 청주시립예술감독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01.15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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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부국장

지역문화예술계를 논할 때 가장 뜨겁게 회자하는 이슈 중 하나가 예술인의 실력이냐, 지역인물이냐이다. 특히 예술계 보직과 관련해선 의견이 팽팽하다. 찬반까지는 아니지만 실력 있는 예술인을 우선해서 뽑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지역인물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이도 있다.

이런 견해차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수준 높은 예술을 보고 싶다는 바람과 지역인물을 키운다는 점에서 배려 차원의 인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상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예술의 한계를 드러내는 일이긴 하지만 어떤 이유든지 간에 지역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높아졌음을 반증하는 것이니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나친 관심이 불어오는 예술계 파장이다. 언제부터인지 충북도내 문화예술계에서는 지역문화라는 명분 뒤에 숨어 지역이기주의를 양산하고 있다. 확인되지 않는 의혹과 뜬소문을 퍼트리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는 청주시립예술단 감독 선임 때마다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최근 임기만료를 앞둔 조정수 청주시립국악단 지휘자는 `단원 대상으로 한 성 수치심 유발 언행과 지역예술인 무시'라는 루머가 돌면서 홍역을 치렀다. 사실 여부야 밝혀지겠지만 조 감독의 연임을 저지하기 위한 예술감독 흔들기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의혹에는 지난 해 10월에도 개인레슨과 단원 채용 비리 등 미확인 제보로 조 감독에게 타격을 주려 시도한 적이 있어 이번 루머와도 연관이 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또 오는 19일 조 감독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시립예술단 운영위원회가 예정돼 있어 흠집내기로 연임을 제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예술감독과 단원 간의 불협화음이 가져온 결과다.

예술감독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루머는 국악단뿐만 아니라 교향악단, 무용단, 합창단까지 매번 감독의 임기만료를 전후로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합창단 예술감독이 연임을 앞두고 성 수치심 언행이 문제로 불거졌고, 교향악단과 무용단 역시 불협화음이 발생해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지역인물을 예술감독에 선임해야 한다는 지역주의가 팽배하게 작용하면서 연고가 없는 예술감독은 실력과 무관하게 단원과의 마찰을 빚고 있다. 임기 2년이란 감독의 짧은 재임기간을 이용해 실력으로 정당하게 평가하기보다 입맛에 따라 감독도 좌지우지하겠다는 고질적인 감독 흔들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때마다 예술감독 관련 루머가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예술단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시스템을 새롭게 전환할 필요가 있다. 공모와 연임을 두고 되풀이되는 각종 루머와 정치성향에 따라 정해지는 감독의 운명과 같은 예술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감독의 임기 2년은 단원들 파악하기에도 급급할 정도로 짧고, 리더십을 발휘하기에는 어려운 구조이다. 더구나 권위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단원 평가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예술감독 역시 시민을 위한 수준 높은 예술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는지 시민과 전문가 조사제를 도입해 내부 잡음을 없애는 평가방식도 검토해야 한다. 또한 지역문화예술계는 지역인물을 고집하기에 앞서 지역문화예술을 먼저 생각하는 밑그림을 제시해야 한다.

정체된 문화로는 문화도시 청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없다. 문화예술의 출발은 사람이고, 소통과 공감이 시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각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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