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말의 위력
참말의 위력
  • 백인혁<원불교 충북교구장>
  • 승인 2018.01.1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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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숲
▲ 백인혁

“참 속 터져 죽겠네! 저 애가 왜 그런다냐?” 하시며 한탄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듣는 저의 마음을 아프게 했지요. 그래서 물었습니다. “무엇을 잘못했는데요?”“그러게 내가 아냐? 니가 아냐! 저 애만 알제.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말을 안허니 알 수가 있어야제.”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말을 안 하니 다른 사람들은 짐작만 했지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왜 말을 안 했을까요? 본인이 잘못하고 자기 입으로 잘못했다고 시인하기가 어려워서 그랬을 것입니다. 내가 한 잘못이라도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잘못했다고 말하기란 자신을 이기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어린 동생은 그러지를 못했을 것입니다.

저는 어디 가서 부모를 소개할 자리가 되면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요, 나무꾼의 아들이라는 것이 창피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경우를 피하려고 하다가 어느 날은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부모님의 일생을 내가 아무리 잘 꾸며서 이야기한들 그분들의 삶이 내가 원하는 대로 바뀔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난 다음부터는 용기를 내어 사실대로 부모님 삶의 모습을 소개했습니다.

한번 용기를 내어 부모님 모습을 이야기하고 나니 저의 내면 깊은 곳에서 기쁨이 샘솟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것은 제가 진실을 이야기한 상으로 진리가 저에게 준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작은 일 하나에도 진실의 힘은 큰 변화를 불러옵니다. 하물며 저 자신이 모든 일에서 진실을 이야기하고 산다면 그때 일어나는 변화는 얼마나 클까요?

거짓이 만연해 진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바보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항상 진실을 말하고, 진실하게 행동하며, 속이면 속이는 대로 진짜 바보같이 살아 봅시다. 그 사람은 항상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삶, 마음은 항상 풍요로운 삶을 꾸려갈 수가 있을 것입니다.

사람은 한 번쯤은 진실 체험을 해봐야 합니다. 함께하는 가족이나 동료, 친구, 길거리에서 만난 누구에게라도 나에게 일어난 작은 것 즉 아침 식사에 우유 한 컵을 먹고 출근했다거나 어제 너무 피곤해서 늦잠을 자다가 출근이 늦었다는 등을 이야기해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저는 진실을 말하는 연습이라 말합니다. 사람들이 다 자기가 믿는 절대자에게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신에 대해 사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보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진실을 이야기하고 나서 얻게 되는 뿌듯함이나 떳떳함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단 한 번만이라도 진실의 위력을 체험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선의의 거짓말이라도 한번 하고 나면 그것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더 엄청난 거짓말 속으로 상황을 몰고 갑니다. 결국은 자신의 모든 명예와 권리를 무너뜨림과 동시에 양심까지도 흐려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진리나 진실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사소한 일상이나 생각에 있습니다. 본 것을 보았다고 하고 한 것을 했다고 하며 안 한 것은 안 했다고 말하는 그것이 곧 진리를 말하는 것입니다. 욕심이 앞을 가리거나 체면이 앞을 가리어 쉽게 거짓말을 할 때, 그 사건은 결국 자신을 속이고 다른 사람을 속이며 더 나아가 진리와 나 사이를 갈라놓아 결국 진리의 도움을 막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참으로 견뎌내기 힘든 강추위를 꿋꿋하게 버텨내듯이 거짓의 유혹이 달콤하지만 과감하게 뿌리칩시다. 진실을 가꾸고 진실을 노래하며, 서로 간에 진실이 오가는 관계를 유지해 서로를 믿고 사는 아름다운 삶의 꽃을 피우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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