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서 머리 숙인 충북도지사
제천서 머리 숙인 충북도지사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8.01.15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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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미국 HBO가 2001년에 방영한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는 전쟁 장르의 미드(미국 드라마) 중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그해 에미상 19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돼 미니시리즈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등 6개 상을 휩쓸었으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최우수 작품상을 차지했다. HBO에는 지금도 효자다. 유료 채널을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려주고 있다.

이 드라마는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유럽이 배경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D-1인 1944년 6월 5일부터 일본이 패망하는 1945년 8월 15일까지 미 육군 제101공수사단 506 낙하산보병연대 제2대대 5중대(드라마에서는 미국식으로 알파벳의 다섯 번째인 E를 따서 Easy중대라고 부른다)의 활약상과 함께 전쟁의 참상을 실감 나게 담았다.

이 드라마엔 수많은 영웅이 등장한다. 실존 인물이었던 이들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네덜란드 안헴전투, 벌지전투를 거쳐 독일에 입성해 히틀러의 별장을 점령할 때까지 곳곳에서 무용담을 남기며 미국 안방에서 전쟁 영웅으로 재조명됐다.

총 10부작인 이 드라마는 매 회 다양한 일화로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인류를 위해 숨진 영웅들을 기리고 있다.

그중 일곱 번째 에피소드 `The Breaking Point( 한계점)'는 시청자들에게 전장에서 지휘관의 역할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해준다.

역시 실화가 바탕인데 독일 입성을 앞둔 이지중대가 무능한 지휘관을 만나 부대원들이 악전고투를 겪다가 간신히 난관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주인공 윈터스가 승진해 이임하면서 후임 중대장으로 온 다이크 중위가 문제의 인물이다. 그는 애초에 전투병과 출신의 장교가 아니었다. 자신의 승진을 위해 전투 경력 점수를 인정받기 위해 이지중대장을 자원한 그는 매 전투마다 실수를 연발하고 무능한 지휘로 부대원을 사지로 몰아넣는다.

쉽게 판단이 가능한 적의 은신 장소를 예측하지 못해 부대원들을 적진으로 향하도록 명령, 몰살당하게 하는 장면도 나온다. 당시 다이크 중위가 실존 인물이었느냐고 묻는 시청자들의 전화가 HBO에 쇄도할 정도로 반향이 컸다.

어제 이시종 충북지사가 머리를 숙였다.

이 지사는 제천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방공무원들의 지휘 책임과 대응 부실, 상황 관리 소홀이 (참사의 원인으로) 밝혀진데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합조단 발표 후 충북소방행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나온 첫 공식 사과다. 그는 소방 조직 및 인력 보강, 재난 컨트롤 타워 기능 강화, 소방 장비 확충 등 여러 대책을 제시했다.

당연한 대응이다. 하지만 제시한 대책들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구난 지휘체계의 정립과 함께 인적 역량 강화다.

화재 현장에서 2층의 위급 상황을 전파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않은 지휘관들, 건물 설계도면 없이 현장에서 헤맨 구조대원들. 재난 영화만 봐도 흔히 나오는 기본 매뉴얼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인적 쇄신까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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