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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널 만나다면

낮은자의 목소리 권진원<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l승인2018.01.12l수정2018.01.1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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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년 전 자신이 마치 유명한 기타리스트가 된 듯 멋지게 기타를 잡고 현란하게 연주하는 모습을 그리며 기타에 입문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에는 분명 명연주를 하게 될 것이란 환상도 그려봅니다. 하지만 가혹한 현실은 그 모든 꿈을 송두리째 날려버리고 마음은 급해서 빨리 잘 치고 싶지만 기타 현 하나를 튕기는 일이나 지판에 정확한 자리를 찾아 현을 누르는 것(운지)도 제대로 못 하는 벽에 부딪힙니다. 하지만 조만간 `한 곡만이라도 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전곡을 연주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니 대신 만족하게 되는 것이 앞부분 전부나 간주의 임팩트 있는 연주를 따라 하는 것입니다.

클래식 기타를 치면 다들 초창기 로망스라는 곡의 도입부를 따라하듯 통기타나 어쿠스틱 기타를 만나면 누구나 한 번쯤은 “띠리딩~”의 해머링 온과 플링오프(왼손가락 줄을 때려 소리를 내고 다신 그 줄을 튕기는 기술)라는 기교를 따라 합니다. 그때 제일 많이 등장하는 연주곡이 바로 에릭 클랩튼(본명 Eric Patrick Clapton)의 명곡인 `tears in heaven'입니다.

도입부의 아름다운 선율과 아주 어렵지 않은 독특한 주법과 기교(전곡이 아니라 첫 몇 마디만)는 많은 이들이 이 노래에 심취하고 따라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저도 처음 이 곡을 배우면서 몇 날 며칠을 처음 몇 소절만 셀 수 없을 만큼 여러 번 따라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여러 번 그 노래를 부르고 연주를 따라했지만 그 당시에는 그 노래의 가사나 탄생 비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빨리 앞부분만 대충 따라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해야지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이 노래가 만들어진 경위를 알게 되었습니다.

60년대 여러 그룹에서 경력을 쌓은 에릭은 70~80년대 세계의 기타리스트라는 명성을 얻게 됩니다. 경제적 부는 그를 타락의 길로 이끌어 피폐한 삶을 살아가던 중 인생의 대 전환기를 맞이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사랑스런 코너라는 아들을 얻게 되면서입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주는 아들은 그에게 삶의 의미이자 존재 이유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인생의 유일한 낙이었던 아들이 아파트 추락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당시 코너는 가장 귀엽고 예쁜 4살이었습니다. 아버지인 에릭은 삶의 의미를 잃었습니다. 그 무엇으로도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 없었습니다. 아들이 태어나기 전의 방탕한 자신으로 돌아갈 것 같았습니다. 그는 다시 용기를 내었고 코너를 하늘로 떠나보낸 아픔과 고통을 달래고 위로하기 위해 기타를 들었습니다. 자신이 평생 해온 기타와 노래를 가지고 이겨내려 도전했습니다. 그래서 `tears in heaven'이란 노래를 작곡하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 가사를 보니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하늘나라에서 널 만나면 넌 내 이름은 알까? 지금과 같을까?…” 하늘나라에서 재회할 아들과의 만남을 생각하며 지금의 나로서는 도저히 그곳에 갈 수 없으니 용기를 내어 열심히 살아서 하늘나라에서 아들을 만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아들에 대한 그리움, 그곳에서의 재회를 기다리며 아프고 힘들지만 살아보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이 노랫말을 음미하며 마치 뮤지션이 된 듯 어설픈 기타를 연주하곤 했습니다.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초급기타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전곡을 완벽하게 연주할 순 없기에 에릭 클랩튼의 연주장면을 동영상으로 보지만 어딘지 그의 모습에서 아프고 슬프지만 그래도 살아보려는 삶의 자그마한 의지를 엿볼 수 있기에 저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 노래를 통해 위안을 찾고 용기를 얻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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