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건강 사회를 여는 열쇠
숲, 건강 사회를 여는 열쇠
  • 신종석<충북도 산림녹지과장>
  • 승인 2018.01.10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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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신종석

힐링이 문화를 이루고 여러 분야에서 산업화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의 힐링비즈니스 대중화는 이미 산업으로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힐링트랜드를 결합한 의료, 식품, 화장품, 관광에 이르기까지 힐링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명소를 찾는 여행과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힐링되는 느낌', `힐링받은 느낌'이라는 말이 상투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바야흐로 힐링이 대세인 시대이다.

사람이 80년을 산다고 가정할 때 잠자는 시간이 26년, 일하는 시간이 21년 정도 된다고 한다. 또한 먹고 마시는 시간이 9년, 근심 걱정하는 시간이 6년 7개월인 반면 마음껏 웃는 시간은 20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일생의 1/3이 넘는 시간을 잠으로 보낸다는 것은 극도의 피로도를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람의 신체조건을 최선으로 유지하는데 필요한 장치가 바로 수면인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은 수면과 휴식을 통해 피로를 풀고 체력을 재충전한다. 그러나 이러한 휴식에도 피로감이 1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병적인 피로라고 하며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만성피로증후군으로 분류한다. 만성피로증후군은 충분히 쉬어도 피곤하고 두통과 근육통, 수면장애,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를 가져온다고 한다.

직장인 10명 중 3명 이상이 퇴근길에 번아웃증후군(Burnout Syndrome)이 나타난다는 조사결과가 있었다. 소진 또는 탈진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번아웃증후군은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던 사람이 신체적·정신적인 극도의 피로감으로 인해 무기력증에 빠지는 증상을 말한다. 사회가 다변화하고 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개인이 감내해야 할 스트레스 역시 견고하고 심화될 수밖에 없다. 시대가 요구하는 삶의 방식은 다분히 경쟁적이며 성과중심적이기 때문이다. 재독(在獨) 철학자 한병철 교수는 저서 `피로사회'에서 “규율사회의 부정성은 광인과 범죄자를 낳는다. 반면 성과사회는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낸다”라고 밝힌 바 있다. 소외되고 무기력해지는 인간의 가치와 존엄에 대한 배려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힐링에 거는 기대와 보상심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산림청과 지자체에서는 치유의 숲을 비롯한 산림복지 인프라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전문 치유지도사 양성과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국민 서비스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 도의 경우 3개소의 치유의 숲을 운영 중이며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증평군 좌구산 산림휴양랜드에는 명상치유센터가 건립돼 명실상부한 종합휴양단지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도입된 산림치유 두드림캠프에는 1000여 명이 참여한 바 있다. 이러한 투자와 사업의 결실은 2017년 도내 자연휴양림을 비롯한 산림휴양문화공간 이용객이 180만명을 상회한다는 집계에서 확인되고 있다.

힐링(healing)의 어원은 `고치다', `치유하다', `회복하다'는 뜻의 `heal'에서 파생됐다. 부드럽되 절실하며 여유롭되 완전함을 추구하는 단어이다. 물론 힐링은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회복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 앞에서 언급한 멋진 풍경과 맛집에서 발현되는 힐링은 자기만족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에 대한 인식과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불편함에 대한 배려가 우선돼야 한다. 피로가 움켜쥔 사회가 휴양과 치유를 통한 건강사회로 거듭날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숲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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