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회담에 거는 기대
남북회담에 거는 기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01.0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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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부국장

꽁꽁 얼어붙어 있던 남북관계가 무술년 새해 벽두에 물꼬를 텄다.
북한의 김정은이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 참가 의지를 밝히면서 냉랭했던 양국 관계에 해빙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한반도 주변국의 대북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남북대화 명분이 필요했던 북측에게는 평창올림픽이 명분을 만들어준 셈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 발언'에 즉각 환영의 뜻을 표하고 “남북관계 복원과 한반도 평화에 관한 사안이라면 시기와 장소,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할 용기가 있다”고 화답했다. 신년사라는 창구로 단절됐던 남북채널이 속전속결로 재가동된 것이다.

이로써 2016년 2월 이후 처음으로 남북 사이의 연락채널이 판문점 직통 전화를 통해 재개됐고, 드디어 오늘 남북고위급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릴 예정이다. 남북관계가 늘 그렇듯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지만 양측 고위급 관계자들이 무릎을 맞대고 앉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에겐 실낱같은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이산가족이란 이름으로 사는 이들에겐 더없이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북핵문제로 갈등이 깊었던 남북관계가 일주일 사이에 극적으로 대화 테이블에 앉게 되었고, 대표단 구성에서도 남측에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북측에선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대표로 선임돼 한껏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렇듯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데에는 김정은의 달라진 외모처럼 북한의 달라진 태도에서도 찾을 수 있다. 회담을 앞두고 장소나 대표단 구성에 기 싸움을 벌이곤 했던 북한이 회담을 제의하고 별다른 파열음 없이 회담을 수용하는 태도는 전에 없던 모습이다.

더구나 남쪽이 통보한 대표단 명단에 격과 균형을 맞춰 북쪽 대표단 명단을 확정해 알려오면서 남북고위급회담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특히 말의 무게가 있는 책임자 위치의 고위급 대표라는 점에서 심도 있는 대화와 논의가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남북회담에 공을 들이는 정부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가장 시급한 남북 이산가족상봉을 이끌어낸다는 입장이다. 또한 취임 이후 줄곧 남북관계에 긴장감만 조성했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앞두고 전폭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북한의 핵 포기가 미국의 기본 입장이지만 미·북 대화의 가능성도 열어두면서 남북 화해 분위기에 긍정적 시각을 나타내 한국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모처럼의 해빙모드에 기대가 큰 만큼 우려도 적지않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남북회담의 대화 교집합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평창올림픽이라는 대화 주제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나 남북비핵화 문제까지로 논의가 확대되기에는 먼 경로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단절된 대화에 실마리를 풀었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 개최의 성과는 크다. 양측 모두 첫 술에 배 부르려고 하지 않는다면 대화의 폭은 한반도를 평화지대로 만드는 단초가 되기 충분하다.

손바닥에서 세상이 펼쳐지는 지구촌 시대에 문을 꼭 걸어 잠그고 국가를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한 북한이나, 핵전쟁의 위험에서 안전한 국가와 한반도를 지향하는 남한의 입장에선 평화가 생존과 직결되어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대화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번 남북회담에 거는 국민적 기대는 평화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단절된 대화의 연결고리를 복원하고 신뢰를 구축한다면 이산의 아픔도, 평화의 한반도도 모두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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