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한 자전거 여행
불량한 자전거 여행
  • 민은숙<괴산 동인초 사서교사>
  • 승인 2018.01.0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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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민은숙

괴산증평교육지원청에서 비경쟁 독서토론회가 얼마 전 열렸다. 선정된 책은 김남중 선생님의 `불량한 자전거 여행'과 `싸움의 달인'이었다. 선정된 도서를 의무감에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김남중 선생님 온 작품을 읽기 중이다. 어느 가게의 메뉴가 맛있으면 메뉴 맨 앞부터 끝까지 다 먹어버리는 것처럼, 어느 작가 선생님 작품이 마음에 들면 그 선생님 작품을 다 읽어버리는 병이 도졌다.

지금 내가 읽은 건 `불량한 자전거 여행', `싸움의 달인', `보손 게임단', `자존심'달랑 네 권뿐이다. 달랑? 그렇다. 아직 `기찻길 옆 동네'와 `나는 바람이다(현재 7권까지 나왔다)', `위험한 갈매기', `첩자가 된 아이'. 학교 도서관에 소장된 책이 이 정도고, 그 외 다수의 책이 있다. 게다가 고전 책을 다시 풀어쓴 책까지 합치면 더 된다.

이처럼 김남중 선생님 작품은 역사물인가(첩자가 된 아이 등) 싶으면 현대(불량한 자전거 여행 등)를 배경으로 하던가, 왠지 근 미래 작품(보손 게임단) 일 거 같은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건 `불량한 자전거 여행'이다. 부모의 싸움에 질린 호진이는 집을 나와 삼촌에게로 간다. 삼촌은 그런 호진이를 데리고 자기가 주최하는 자전거 국토종단일주에 데리고 간다. 처음에는 간식을 나눠주는 등의 잡일을 맡아 하며 내가 왜 삼촌에게로 가출했나 후회하는 호진이다. 여행이 계속되면서 호진이도 잡일만 하며 차를 타며 여행했는데, 마지막에는 자전거를 타며 함께하는 이야기이다. 이후의 이야기는 책으로 확인해 주시길.

여름에 태어나서인지 추운 겨울이 정말 싫은지라, 여름을 가득 담은 이 이야기에 담긴 땀과 햇살이 그리워서 단숨에 읽은 작품이기도 하다. 여름이 그리울 때 떠올릴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거 같다. 한국지도를 펴 놓고 호진이의 여행을 손으로 따라 그려보고 싶은 책이다. 나도 자전거를 타고 이 코스대로 달려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호진이의 여행이 너무 대견했다. 그리고 호진이 외에도 국토종단에 참여하는 일행 하나하나가 공감이 갔다. 내가 호진이의 나이도 지났고, 같이 여행하는 사람들의 나이도 지났기 때문이리라. 나이가 들다 보니 예전에는 아이인 호진이에게만 감정이 이입되었을 거 같은데, 책을 읽으며 호진이의 갈등만이 아니라 호진이 부모의 갈등도 와 닿았다. 어쩌면 내 고민도 달리다 보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삼촌의 말처럼 달리다 보면 해결될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기 전 자전거 여행을 주제로 한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탐구생활 혼신의 신혼여행'(메가쑈킹 만화갇애니북스)이었다. 그 만화책을 읽으며 느낀 감상은 `자전거여행은 너무 힘들구나'였고, 국토종단 자전거 여행은 신중히 생각해봐야겠다. 이후 동생이 전해준 원작가 이혼소식에 충격을 받아 두 번 읽지는 않았던 책이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고맙다. 사실 현실은 너무 힘들고 잔혹한데, 이 책 덕분에 꿈을 다시 봤다. 다시 그 반짝이는 여름 하늘 아래서 달리고 싶은 꿈을 꾸게 해 줬다. 좋은 일행과 함께 국토종단을 하는 것. 언젠가의 버킷 리스트에 넣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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