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卑怯)
비겁(卑怯)
  • 김현기<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 승인 2018.01.07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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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 김현기

행복을 여는 창에 걸맞지 않는 글을 쓰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다. 지난해와 새해 지역사회에 갑론을박을 일으킨 소통 보좌관 때문이다. 이시종 지사가 송재봉 NGO센터장을 도 소통 보좌관으로 내정한 후 지역 여론이 들끓었다.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반복해 이야기하지 않겠다. 그리고 송재봉 센터장의 자진사퇴와 이시종 지사의 사과로 이 일은 일단락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젊음을 지역사회에 헌신한 시민활동가에게 씻기 어려운 상처를 주고 시민단체의 자부심을 무너트린 그분에게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실망스럽고 `비겁'하다. 그리고 습관적이다. 충북문화재단 초기 대표를 내정할 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비겁했다. 그 당시도 존경받는 지역사회 인사를 내정해 놓고 일부 부정적인 여론이 일자 임명을 미루고 미루다 내정자가 스스로 사퇴하게 만들어 버렸다. 지금과 똑같은 실수를 그때도 한 것이다. 사람은 학습을 통해 성장하는데 이런 실수를 반복하는 것을 보면 학습능력에 문제라도 있는 것인가?

소통 보좌관을 임명한 것이 도지사의 3선 도전을 위한 선거용이라는 것이 비판적 여론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이 얼마나 비논리적인 말인가? 도지사는 임명직이 아니라 선거로 뽑는 선출직이다. 그러니 도지사의 모든 결정과 행동은 정치적인 것이다. 그가 결정하고 행하는 정책은 모두 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다. 선거를 의식한다는 것은 도민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정치적이지 않다는 것이 도리어 문제다. 그가 행한 정치적 판단이 도민을 행복하게 만든다면 도민은 당연히 다시 그를 선택할 것이다. 소통보좌관을 임명해 민간협치를 강화하겠다는 그 정치적 결정은 너무나 훌륭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그분은 이렇게 좋은 결정을 또 미루다 미루다 끝내 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이다.

`비겁(卑怯)'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떳떳하지 못하고 겁이 많음'이라고 쓰여 있다. 그렇다 그분은 무엇보다도 떳떳하지 못했다. 내정자가 원한 것도 아니고 자신이 결정하고 내정한 사람이었다면 끝까지 그를 지키고 뜻을 관철했어야만 했다. 그러니 또한 겁이 많다고 할 수밖에 없다. 무엇이 두려운가? 3선 도전에 실패하는 것이 정말 두려웠던 것인가? 그렇다면 그야말로 정치적인 사람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마지막을 오랫동안 기억한다. 제아무리 재미있는 드라마라도 뒤로 갈수록 재미가 없어지면 그 드라마는 결국 재미없는 드라마가 된다. 반대로 재미없던 드라마라도 마지막으로 갈수록 재미가 더해지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드라마가 된다.

2018년은 시작되었지만 민선 6기는 저물어 가고 있다. 임기 내내 도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에서도 `무예마스터십'을 끝까지 관철시킨 그 용감함은 어디로 간 것인가? 마지막이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또한 비겁함을 용감함으로 바꾸시기를 소망한다. 이 일로 힘들어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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