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논란 오늘 종식하자
UAE 논란 오늘 종식하자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8.01.0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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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권혁두 국장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통령 특사로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을 다녀온 지 한 달이 다 돼간다. 그의 방문목적을 놓고 벌어진 지루한 논란은 해를 넘기고도 여전히 의문부호를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해명, 언론보도 등을 모아 짜깁기를 하며 퍼즐을 맞추고 있다. 그나마 최근 송영무 국방장관이 사석에서 했다는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며 대충 윤곽을 잡아가는 모습이다.

송 장관은 “이명박 정부 때 UAE와 체결한 군사관련 양해각서(MOU)를 현 정부가 수정하려다 UAE와 마찰을 빚었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임 실장이 UAE를 방문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이 원전 수주에 집착하다 감당 못 할 군사적 지원을 약속해 현 정부가 설거지에 나섰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송 장관의 발언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해도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국회 동의절차가 필요한 `유사시 군사력 지원'이 포함돼 MOU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설이 나온 반면, 야당은 청와대가 이 전 대통령의 업적을 훼손하려고 멀쩡한 양해각서에 손을 대려다 화를 자초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해명이 새로운 의문을 낳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UAE는 우리와 47조 원대 원전 수주계약을 한 나라다. 우리가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주요 교역국이기도 하다. 외교관계를 중시할 수밖에 없는 나라다. 청와대가 국익과 외교적 신뢰를 위해 진상 공개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면계약설이 터져 나오며 원전 핵폐기물 처리를 우리가 떠안기로 했다는 말까지 돌 정도가 됐다.

국민들은 궁금증을 넘어 과거와 현 정부가 어떤 짓을 했는지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국민들은 최근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굴욕적 내용의 이면계약이 존재했음이 드러나 이면계약에 알레르기 비슷한 증세를 갖게 된 상태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언론과 야당의 질문과 항변에 응답하는 수준에 그쳤을 뿐, 능동적으로 국민을 향해 말하거나 양해를 구하지는 않았다. 국민에 대한 예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야당이 터무니없는 소설을 쓰며 문제 제기를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UAE와 원전 수주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뒷거래한 정황을 잡으려고 뒷조사를 하다가 UAE와의 관계가 틀어져 수습차 임 실장이 급히 출국했다”고 주장했다.

UAE 왕실의 비밀계좌를 들여다보려다 들통이 나 국교단절 위기까지 왔다는 설도 제기됐다. 허위로 판명이 났지만, 낭설을 자초한 청와대의 말바꾸기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임 실장의 UAE 방문은 시기와 방식에서 의구심을 낳을 수밖에 없었다. 의혹을 부르기 충분했던 만큼, 사전에 적극적이고 진지한 해명을 준비했어야 한다.

임 실장이 비공개를 보장받은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일정 부분 실상을 밝히고 협조를 요청했어야 했다. 그러나 `레바논 주둔 장병 격려'로 시작된 해명은 UAE와 정보 교류, UAE 왕세제의 긴급 요청, 대통령 친서 전달, 박근혜 정부 때 소원해진 양국 관계 회복 등으로 여러 차례 바뀌며 논란을 진화하기는커녕 증폭만 시켰다.

특히 `(실상을 밝히면)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발언으로 야당을 도발한 대목에서는 정치 파트너를 내려다보는 오만은 물론 풋내나는 아마추어리즘 냄새까지 풍겼다. 헛다리 짚고 춤을 추는 야당의 행태를 즐기려는 방자한 의도도 엿보였다. 지지율에 취해 냉정을 잃었다가 돌이킬 수 없는 낭패를 당하고 천추의 한을 남긴 사례는 우리 정치사에 부지기수다.

청와대는 칼둔 UAE 원자력공사 이사회 의장이자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한국을 방문하면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우리 내부에서 벌어진 사달을 해결할 키를 상대 당사국인 UAE에 맡기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기는 하다. 하지만 오늘 그가 온다고 한다. 이제 청와대가 장담한 대로 지루하고 소모적인 논란과 정쟁을 끝내야 할 차례다. 청와대와 정부는 한 줌 의혹 없이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남북대화와 평창올림픽에 집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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