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사
새해 인사
  • 임도순<수필가>
  • 승인 2018.01.0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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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임도순

핸드폰이 바쁘다. 카톡, 밴드, 문자의 알림 메시지가 시도 때도 없이 정해진 소리로 도착했음을 알려 준다. 내용은 비슷하지만 보내는 이는 제각각이다. 한 달 간격을 두고 약속이나 한 듯 새해 인사를 한다. 희망과 꿈을 가지고 새해를 맞는다. 삼백육십여 개의 알갱이를 한 알 한 알 알차게 채우려는 다짐 속에 야심 차게 출발하는 날이다. 행복을 기원하는 글이 천편일률적이지만 감사하는 마음이 앞장선다. 과학 발달이 우리네 정서를 기계적으로 바뀌게 하였다. 바람으로 세워진 목표가 이루어지고 꿈을 채우게 하며 출발을 알리는 설을 짚어본다.

달력이라는 그릇이 생겨나며 설이 탄생하였다. 태양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면서 지구의 위치에 따라 밤낮이 생기고 계절이 나타남을 과학적으로 체계화하여 시작되는 날은 양력설이다. 지구에서 보이는 달이 차고 기울면서 변하는 모양을 보며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기간을 기준으로 정한 첫날은 음력설이 되었다. 중국의 주나라 때 기상 상태에 맞추어 일 년을 15일 간격으로 세분화한 이십사절기 중에 첫 번째 절기인 입춘이 새해의 의미를 가졌으며, 낮의 길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스물 두 번째에 위치한 동지가 새로 출발하는 날이 되기도 하였다. 설이란 의미로 주어진 네 날이 역사 속에서 우리 생활과 함께했다.

음력설이 전통적으로 이어오며 자리 매김을 하였다. 한해가 마무리되고 새로이 이어지는 날에는 하늘에 계시는 조상에게 인사를 드리며 시작한다. 웃어른께 세배하며 무병장수를 기원하고 덕담을 주고받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맞는다. 지나온 날들에 대한 회포도 풀고 앞으로 펼쳐지는 날이 올차기를 기원한다. 가족이 그리워 고향을 찾아 민족의 대이동이 이뤄진다. 힘들고 어려워도 오로지 하나, 마음의 안식처에서의 첫날에 의미가 깊기 때문이다.

나라의 필요에 따라 양력설이 탄생하였다. 조선 말기에 태양력이 도입되면서 음력설이 설움을 당하는 시초가 되었다. 일제강점기에는 관습을 없애려고 강제로 장려했으며 해방 이후에는 국가가 제도적으로 지원했다. 음력설을 공휴일에서 배제하며 고집하였으나 국민의 뜻은 변하지 않았다. 이중과세(二重過歲)라는 탈을 씌우면서까지 양력설의 의미를 찾으려고 온갖 규제로 압력을 행사하였기에 자리는 유지한다.

세월의 길이가 표시되기에 가능하였다. 일정한 방법으로 잴 수 없다면 어떤 삶이 되었을지 궁금하다. 태어나면서 설을 맞아 삶을 시작하고, 낮과 밤이 쌓인 날들이 모여 절기의 변화가 일어나겠지. 반복되는 날들과 계절이 지나면서 끝으로 향하지만, 삶을 어느 정도의 길이로 유지하였고 태어나서 어느 위치에서 살아가는지 알지 못하며 대가 이어졌을 것이다. 인류의 출현이 이삼백만년 전으로 기록되었는 데 흐르는 세월을 해와 달의 변화에 따라 재는 단위를 만들어 놓았기에 예상이 가능하다 싶다.

한해 시작을 알리는 네 개의 날 중에 둘은 역사 속으로 스며들어 흔적만 있다. 지금은 양력과 음력의 설이 양립을 한다. 새해를 맞으며 똑같은 인사를 두 번 하는데, 이러면 안 되지 하면서 나도 그렇게 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 하세요”라는 인사가 금년에도 변함없이 타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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