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와 독감과 조류인플루엔자
감기와 독감과 조류인플루엔자
  • 박재명<충북도 동물방역과장>
  • 승인 2018.01.04 1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 포럼
▲ 박재명<충북도 동물방역과장>

며칠 전 아내가 심한 독감에 걸렸다. 편도선염을 동반한 심한 몸살과 발열 그리고 후두염으로 목까지 쉬었다. 며칠을 끙끙 앓다 이제 겨우 회복 중이다. 예년과 달리 A형과 B형 인플루엔자가 함께 유행한다고 한다.

사람 독감의 예방수칙은 의외로 간단하다. 손을 자주 씻고, 기침 예절을 잘 지키는 것이 기본이다. 기침 예절이란 옷소매나 재킷 안으로 기침하는 것이다. 그런데 감기와 독감이 같은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증상이 독한 감기가 독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감기와 독감은 엄연히 다르다. 감기는 우리 몸에 여러 종류의 감기 바이러스가 내재하다 일시적으로 면역이 떨어지는 틈을 타서 증상이 발현하는 것이다.

2차 감염증이 없는 한 건강한 사람이라면 충분한 휴식과 적정한 대증요법으로 쉽게 치료가 된다.

이에 비해 독감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 항시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야 발생한다. 그러므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는 한 독감은 걸리지 않는다.

그 해 유행이 예측되는 바이러스로 만든 예방약을 맞으면 걸리지 않을 수 있고, 다른 유형의 인플루엔자에 감염되어도 증상완화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 B, C형이 있다. 그 중 A형은 동물과 사람이 함께 걸릴 수 있으며 144종의 다양한 혈청형을 가진 바이러스다.

반면에 B형과 C형은 사람에게만 감수성이 있다.

A형 바이러스인 조류인플루엔자가 철새가 많이 서식하고 오리 사육이 많은 서해안을 중심으로 올해도 발생하고 있다.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래서 우리 지역도 노심초사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즈음에 사람과 동물의 방역수칙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의 독감 예방은 손을 자주 씻고 기침 예절에 주의하며 개인 위생수칙을 잘 지키면 된다.

그러나 동물에 있어서는 매개체가 너무 다양하다.

가축·사료·분뇨·계란 운반차와 관련된 사람 간의 접촉이 빈번하며, 매개체 자체를 충분히 씻거나 소독하는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한 마디로 차단방역이라고 부르지만 내용적으로는 간단하지 않은 것이 현장여건이다.

감수성 동물, 원인체, 감염매개체를 전염의 3요소라고 한다. 3요소 중 하나만 차단하면 최소한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데, 이 3요소에 대해 철저히 관리하는 것을 차단방역이라고 한다.

먼저, 감수성 동물이 없으면 발생과 확산이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발생농장의 가금류를 살처분하거나 우리 도에서 실시하는 오리 사육 휴지기처럼 위험시기에 감수성 동물을 사육하지 않는 방법이다.

둘째, 원인체를 없애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차단 방법은 소독이다. 농장 내외부나 농가에 출입하는 차량을 철저히 청소·소독하여 원인체를 없애는 것은 예방뿐만 아니라 다른 농가로 전염도 막을 수 있다.

셋째, 매개체를 제어하는 것이다. 이동제한을 하거나 차량·사람의 출입을 최소화하여 농가 간 전파를 막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중요한 매개체인 철새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사 그물망을 정비하고, 농장 내외부 청소를 철저히 하는 것도 좋은 예이다.

지금은 특정 지역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많은 개체의 철새가 도래하였고, 인접한 천안 풍서천과 안성 청미천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 철새에서 농장으로 또는 발생지역에서 우리 지역으로 차단하는 원리는 이 세 가지이다. 농장 간 왕래를 최소화하고, 사육밀도를 줄이며 모든 방역대상을 꼼꼼히 소독하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AI 비발생 충북은 언제나 푸른등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