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편지를 재개하며
목요편지를 재개하며
  • 김기원<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8.01.0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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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

지난해 중단했던 `김기원의 목요편지'를 재개합니다. 화요일 자 `충청논단'과 목요일 자 `목요편지'를 3년간 집필하다 보니 에너지도 바닥이 났고, 무엇보다도 지면 채우기에 급급한 글쟁이로 전락하는 것 같아 펜을 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쉬고 싶었습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기도 했고요. 하여 그동안 하지 못했던 해외여행을 꽤나 했어요. 태국(2월)과 필리핀(11월)에 가서 골프도 원 없이 쳐보고, 일본의 청정지역인 대마도(6월)와 홋카이도(8월)를 일주했으며,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충북시인협회 회원들과 중국 연변 일대(7월)를 둘러보고 꿈에 그리던 백두산 천지도 올랐으니 말입니다.

연변에선 조국 광복을 위해 황량한 만주벌판에서 풍찬노숙하며 독립운동을 했던 선조의 넋을 기렸고,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이 장백산으로 기능하고 있는 기막힌 현실에 속 울음을 울어야 했습니다. 지리산 종주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무리하게 산행연습을 하다가 무릎이 망가져 꿈을 접는 좌절을 맛봤으나, 하고 싶었던 노래공부도 하고, 단역이었지만 연극 `거인의 꿈 이상설'에 출연해 연극배우로 데뷔하는 호사도 누렸으니 2017년은 참으로 유익하고 의미 있는 해였습니다.

하지만 국가와 지역을 뒤돌아보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국민이 든 촛불에 의해 탄핵되어 권좌에서 쫓겨나고 측근들과 함께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그 촛불 덕에 대권을 잡은 진보정권이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보수정권의 지난 과오를 파헤치는 데 골몰한 비정한 해였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북한이 벌이고 있는 핵과 미사일 도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보며 저자세 외교나 구걸 외교를 하고 있는 나라 꼴에 국민은 분통이 터져 억장이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포항발 지진은 수능시험을 연기할 정도로 국민들 가슴을 철렁하게 했고, 자연재해에 비교적 무탈했던 청주지역이 지난여름 집중호우로 도시 전체가 물바다가 되는 홍역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세모에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스포츠타운 화재사건은 세월호에 비견할 만한 어처구니없는 인재였고 대참사였습니다.

이렇게 2017년은 사건·사고로 얼룩진 고통스러운 한해였습니다. 그랬던 정유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황금개띠 해라 불리는 2018년 무술년의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역사적으로 무(戊)자 가 들어간 해에 좋은 일이 많았으니 나라와 지역공동체는 물론 국민 개개인에게도 상서로운 해가 될 것입니다. 멀게는 기원전 2333년 무진년에 단군이 고조선을 개국했고, 668년 무진년에 신라가 삼국통일을 했으며, 가깝게는 1988년 무진년에 서울하계올림픽이 개최되었고, 2018년 무술년에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되니 말입니다.

각설하고 목요편지는 우리네 세상살이와 인생살이에 대한 성찰과 희로애락을 진솔하게 주고받는 소통의 장입니다. 다행히 묵혔던 제 글밭에 파릇한 새싹들이 돋아나고 있어 안심이네요. 곱게 키워 때론 꽃으로 때론 열매로 배달해 드릴게요. 보다 긍정적이고 따뜻한 언어로 사랑과 평화와 행복을 길어 올리겠습니다.

목요편지를 기다리는 애독자가 있다는 건 큰 축복입니다. 아니 더없는 영광입니다. 멋진 그대가 애독하니 더할 나위 없겠지요. 운세가 좋다는 무술년입니다. `고맙다, 사랑한다, 보고 싶다. 내 탓이다, 네가 최고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기 바랍니다. 좋은 운세가 넝쿨째로 굴러올 테니까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합니다. 부디 스스로 도와 만사형통, 운수대통, 요절복통하는 기쁨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새해에는.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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