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자격
부모의 자격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8.01.02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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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철없는 부모는 있어도 자녀에게 철없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부모는 없다.

부모가 되기는 쉬워도 존중받는 부모가 되기는 어렵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비정한 부모들을 보면 아이를 낳았다고 다 부모 자격을 얻는 것은 아니다.

입에 풀칠할 게 없던 시절 피죽이라도 끓여 먹이며 자식의 배를 채워준 부모도 있었고, 자식을 위해 사선을 넘나드는 월남전도 기꺼이 자원했던 부모도 있었다. 이런 부모의 모습은 그저 영화 속 한 장면에 불과한 요즘이다.

2017년 12월 31일 광주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5살, 3살, 15개월된 삼남매가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화재 현장에 있던 삼남매의 친모인 23세의 A씨는 화재 현장을 빠져나와 혼자 살았다.

불이 나면 자식을 먼저 구하는 게 보통 부모의 모습이다. 그런데 광주 화재 사고는 친모만 목숨을 구했다.

A씨는 처음엔 담뱃불을 이불에 비벼 끄다가 화재가 났다고 진술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술에 취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라면을 끓여 먹으려고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려놓고 잠든 거 같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정확한 화재 원인과 경위를 규명하는 데 시일이 걸리겠지만 불 속에 자식을 남겨두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실종된 5살된 딸을 찾아달라며 경찰에 신고했던 준희 양의 친부 고모(35)씨.

그는 지난해 4월 군산의 한 야산에 딸의 시신을 유기하고도 생일상도 차려주고 동네 주민의 눈을 속이기 위해 미역국도 돌리는 등 자상한 아버지의 가면을 쓰고 범행을 자행했다.

2년 전 충북에서도 비정한 부모로 인해 희생된 승아 양 사건이 있었다.

계부 안 씨는 2011년 12월 자신의 집 화장실 욕조에서 숨진 승아 양(당시 4살)을 아내 한씨와 함께 진천 백곡저수지 인근 야산에 함께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됐다. 승아 양의 친모 한 씨는 수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계부 안 씨는 “애 엄마가 소변을 못 가린다며 물을 받아놓은 욕조에 딸을 3~4차례 집어넣었더니 의식을 잃었다”고 진술했다.

승아 양 암매장 사건은 2016년 미취학 아동 전수 조사 과정에서 세상에 드러났다.

부모라고 해서 다 같은 부모는 아니다.

특수학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 앞에 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했던 일을 우리는 기억한다.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이희아 씨는 2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관한 청와대 신년인사회에 초청돼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주했다.

32년 전 그의 어머니 우갑선씨는 결혼 10년 만에 희아씨를 얻었다. 선천성사지기형 1급 장애로 양손에 손가락이 2개만 있고, 허벅지 아래로 다리가 없지만 그의 어머니는 희아씨를 포기하지 않았다. 6살때 연필이라도 쥘 수 있는 손가락 힘을 길러 주기 위해 피아노 학원을 석달동안 찾아다녔고 결국 희아 씨는 건반을 만질 수 있었다. 올해로 32살이 된 희아씨는 희망과 감동을 전하는 피아니스트로 성장해 현재 세계 무대를 누비고 있다.

부모의 자격은 누가 부여하는 게 아니다. 돈 없다고, 집 없다고, 부모 복 없다고, 배운게 없다고 해서 부모 자격을 모두 내려놓지도 않는다. 부모라는 이름을 앞세워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이들에게 필요한 부모 교육은 무엇인지 우리 사회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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