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며
한 해를 보내며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7.12.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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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촛불의 힘으로 정권을 바꿔낸 역사적인 한 해를 보냈다. 칼바람 몰아치는 차가운 도로에 앉아 정권퇴진의 구호를 외치는 대신 따뜻한 난로 가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는 여유를 갖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나라다운 나라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된 것도 큰 기쁨이다.

그러나 역사의 수레바퀴는 한 방향으로만 구르지는 않는듯하다. 새가 좌우의 날개를 번갈아 흔들며 날 듯 행과 불행은 서로를 딛고 한걸음씩 나아가 역사라는 나이테를 만들어간다.

세밑에 일어난 제천화재사고는 온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세월호 이후 달라진 게 없다'는 한탄이 절로 나오게 하는 안전 불감증 사고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아직 정비되지 않은 제도의 탓도 있지만 변하지 않는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참사이다. 광장에 한데 모여 정권을 바꿔냈던 큰 힘도 뿔뿔이 흩어지면 개인의 욕망 앞에 굴복하여 엄청난 사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모든 사고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어느 사회에서도 사고는 불가피하게 일어난다. 이런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규와 제도를 만들고 사고에 대처하는 매뉴얼을 만들어 반복해서 교육하기도 한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그런데 공공을 위한 이런 최소한의 규제도 개인의 이익 앞에서는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만다.

설마 나에게 화마가 닥칠까 생각하며 소방법을 교묘하게 피하는 건축주들의 놀라운 기술이나 남들도 다하는데 나만 안하면 바보 같다는 생각에 좁은 도로에 이중주차하여 소방차의 진입을 원천봉쇄하는 공중질서 불감증이 이런 비극을 빚어내는 것이다. 제도나 법규로 막을 수 있는 사고를 방치하는 것은 죄악이다.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이 불러일으키는 이런 사고를 인재(人災)라고 한다.

새해에는 이런 인재(人災)가 우리 사회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사람의 욕심이 불러일으켜 본질을 벗어난 모든 일들이 제 자리를 찾아갔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부자는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한 욕망을 내려놓고, 권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늘려나가기 위해 힘쓰기보다는 그 힘을 나누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건물의 건물주는 법규와 안전규정을 잘 지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자신의 욕망을 잘 조절해야한다. 권력을 행사하는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 같은 선출직들은 자신의 사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그 권력을 사용하기보다는 자신을 뽑아준 주민들의 뜻을 받드는데 그 힘을 써야한다. 그리고 사업을 경영하는 경영주는 이익을 탐하기보다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경영의 길로 나서야 한다.

대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다. 사도를 깨고 정법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촛불로 일궈낸 정권교체를 통해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내년에도 파사현정(破邪顯正)이 계속되기를 소망한다. 정권이나 사회구조 속에 뿌리 박혀있는 적폐뿐만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에 잠재된 적폐를 청산하는 운동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년에는 사회가 바로 서고, 우리 개개인도 모두 바로 서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사로운 욕심을 내려놓는 일 그것이 모든 것을 바로 잡는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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