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탈시대
렌탈시대
  • 박윤희<한국교통대 한국어 강사>
  • 승인 2017.12.2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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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박윤희<한국교통대 한국어 강사>

우리는 렌탈시대에 살고 있다. 사무실에서는 복사기나 사무용품 등을 빌려 쓰는 것이 일반적이 되었다. 정수기나 비데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장난감이나 놀이 기구 등을 빌려주는 곳도 많이 있다. 또한 가게나 사무실, 원룸 등도 대부분 빌려 쓰고 있다.

얼마 전 우리 집도 비대를 설치하게 되었다. 다른 가정에서는 흔한 일인데, 나는 매달 내는 요금이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비대 설치하러 오신 기사분이 침대도 렌탈해서 써 보라고 권했다. 침대까지 빌려준다는 것에 놀랐다. 요즘은 별걸 다 빌려주는 것 같다.

어린 시절 동무들과 했던 놀이 중에 땅따먹기 놀이가 문득 떠올랐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낯선 놀이지만 그 당시 즐겨 놀았던 놀이 중의 하나였다.

운동장에 커다란 원을 그려 놓고 그 안에서 마음껏 땅을 가져갈 수 있는 놀이이다. 다른 친구들보다 넓은 땅을 차지하면 기분이 좋고 마음이 뿌듯했다. 그냥 놀이였는데도 더 많은 땅을 갖고 좋아했던 내 모습을 떠올려 보면 웃음이 저절로 난다.

놀이가 끝난 후 발로 문지르면 넓게 차지한 땅도 모두 사라져 버린다. 그때의 허무함을 지금의 아이들은 알까? 좁은 땅덩어리에서 살다 보니 땅의 소유에 대한 집착이 강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남자 아이들은 딱지나 구슬을 따먹는 놀이를 즐겨했고, 여자 아이들은 핀 따 먹기 놀이를 많이 했다. 이처럼 소유욕이 어린 마음속에도 자리 잡고 있었다.

어른이 되어서는 점점 큰 것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 자동차나 집을 마련하는데 일생을 걸기도 한다. 남들보다 좀 더 일찍 집을 장만하기라도 하면 자랑거리가 된다.

아이가 둘이라는 이유로 전세조차 주지 않으려는 집주인을 만난 적이 있다. 아이가 하나보다 둘이 집을 더 함부로 쓸 거라는 게 주인의 말이다. 그때의 설움에 더욱 내 집 갖기를 소망했다. 결국 무리한 대출을 받아서 집을 장만했다. 그 순간 천하를 다 얻은 듯했다. 그 대가로 지금까지도 대출금을 갚고 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늘 무언가를 소유하고자 집착하게 된다. 나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남들 못지않게 강하다. 그래서 소유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더 열심히 일하게 되고, 고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때론 소유에 집중하다 보니 잃는 것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할 때가 있다. 우연히 읽게 된 책의 구절에 내 마음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소유는 기간이 긴 임대일 뿐이다.

임대 기간이 짧은 것은 사용이고, 임대 기간이 긴 것이 소유이다.

사용이나 소유나 임대라는 점에서 조금도 다르지 않다.

-나카타니 아키히로, 『부자가 되는 비결』 중에서-



부자의 기준을 자가, 전세, 월세에 따라 판단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나에게 묻고 싶다. 영원한 소유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잊고 지낸다. 그리고 내 것은 영원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잠시 머물러 사는 동안 빌려 쓰고 있는 것뿐인데 우리는 집착하게 된다.

내 것처럼 보이지만 내 것이 아닌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리고 모든 것은 살아 있는 동안만 잠시 빌려 쓰고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렌탈시대에 살고 있음을 항상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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