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있는 것이란
가치있는 것이란
  • 안승현<청주시문화재단 비엔날레팀장>
  • 승인 2017.12.2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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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
▲ 안승현

좀 오래되었다 싶으면 사들이는 습관이 생겼다. 오래된 것에서의 고상한 느낌도 그러하려니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없어지는 것에 아쉬운 표현의 행동인 듯싶다. 물론 개중 좋은 것은 가격이 올라 환급성에서의 이점도 있겠지만 어려서의 꿈이 오래 머물러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숲 속 미술관을 운영하고 싶은 생각에, 공간에 배치할 물건을 모으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

어려서 그리 잘 사는 집은 아니었지만, 지금 모으고 있는 맷돌, 절구통, 다듬잇돌, 화로 정도는 있었다. 그런데 관심을 두게 될 즈음에는 이런 물건들은 온데간데없었다. 엿으로 바꾸어 먹고, 쓰지 않는다 하여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었다. 그러다 보니 집을 새로 지을 때 나온 주춧돌이며 지게, 쟁기, 아버지가 쓰시던 연장들 정도 밖에는 챙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도 아버지에 대한 기억에 사용하시던 낡은 연장들을 만지작거린다. 그러면서 아쉬운 것은 그때 좀 더 잘 지켜내지 못한 날 원망한다. 육 남매 중 넷째였으니 결정에 대한 힘이 없었던 상황이라지만 지금서 늘 후회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옛것에 대한 애착심이 더욱 강한 것인지? 주변의 작은 물건에도 관심을 갖는다.

내가 근무하는 안덕벌에 옛 연초제조창의 역사와 현재 근무하는 공간에 대한 시간의 호흡을 지켜보고 있던 나무들이 있다.

미루나무가 한여름 태양의 빛을 받아 팔랑거리며 시원한 소리를 전해주고, 자연스럽게 발아되어 가지를 시원스레 내린 수양버드나무가 오랜 시간을 담아낸 나무 등걸을 뽐내며 하늘거리며 얼마 전까지 자리 잡고 있었다. 건축물이 자리 잡을 위치였으므로 제거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두 그루의 향나무와 벚나무만이 남아 있다.

46년 전매국이 시작될 때부터 연초제조창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스쳐갔을 흔적을 담아 한 자리를 온건히 지켜냈던 나무들이다. 사람의 시간과 호흡을 온전히 담아내고 품어 이제 멋스러운 수형을 자랑하시는 어르신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나무마저 베어질 운명이다. 그전에 베어진 나무는 어떻게든 옛 연초제조창을 찾는 사람들에게 시간의 연속성을 이야기하고자 다른 물건으로 만들어 주고자 했지만, 현재의 이 나무는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단지 사람이 다니는 동선 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나무를 활용한다면 더욱 멋진 보행자도로가 될 것인데 말이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이 있다. 그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은 늦은 밤까지 미술관을 찾는다.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의 작품이 최고여서일까? 아니다. 옛 건물과 먼저 자리하던 나무를 보존하며 새로 지은 건물이 연결되어 동선이 어우러지는 것이다. 어떤 곳은 지상의 회랑 형태로, 어느 부분은 지하로 내려가다 온실을 만나게 되고, 계단을 따라 다시 지상으로. 그전에 있던 시간의 가치를 그대로 보존하고 이어가는 것이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가치를 알기에 그 공간을 찾는 사람들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이라 극찬한다. 지금도 외딴 그곳을, 유명한 건축가가 만든 것이 아닌데, 행복한 시간의 가치를 향유하기 위해 찾아간다.

보존할 가치가 없다고 없애야 한다고 한다. 진정한 가치는 보존해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함에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한번 없어진 것은 다시 복구되지 않는다. 제발 지금부터라도 지켜나가려는 의지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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