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약이 엄마
삐약이 엄마
  • 하은아<증평도서관 사서>
  • 승인 2017.12.2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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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하은아

주변 친구들보다 늦은 결혼을 했다.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어떠한 구체적인 개념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결혼도 하고 아가들이 벌써 둘이나 있는 상황이 아주 가끔은 낯설다. 나에게 엄청난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네가 결혼할 줄 몰랐어”라고 이야기 하는 주변 사람의 말을 그냥 웃어넘기지만 나 스스로도 아직 깜짝깜짝 놀라는 중이다.

아이가 종알종알 쉴 새 없이 이야기한다. 졸졸졸 쫓아다니고 안아달라 과자 달라 물 달라 요구 사항이 넘쳐난다. 잠자리에서 책을 읽어주니 시도 때도 없이 책을 가져와 읽어달라고 한다. 그 모습이 마냥 귀엽기도 하고 이젠 은근슬쩍 책을 몇 권 감추기도 한다. 딸은 특히 백희나 그림책 작가의 책을 좋아한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상한 엄마', `장수탕선녀님', `알사탕'을 읽어야만 한다. 그리고 `삐약이 엄마'(백희나 저·책읽는곰) 이 책도 무한 반복해서 읽는 중이다.

이렇게 수도 없이 반복해서 읽지만 딸도 나도 지겹지 않다. 그리고 삐약이 엄마는 나에게 조금 더 특별하다. 고양이가 병아리를 키운다는 설정이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나의 어색한 모습과 닮아 보인다.

심술궂게 생긴 점박이 고양이 니양이는 동네에서 욕심 많기로 유명하다. 닭장에 몰래 들어가 갓 낳은 달걀을 훔쳐먹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어김없이 달걀을 훔쳐 통째로 꿀꺽한 니양이는 점점 배가 불러오더니 노란색 병아리를 낳았다. 병아리는 니양이를 엄마로 알고 아장아장 걸어와 품속이 안긴다. 니양이는 병아리를 삐약이라 이름 짓고 정성스레 돌본다. 이제 니양이는 삐약이 엄마라고 불린다.

`삐약이 엄마'를 통해 작가는 `함께 모여 살며, 사랑한다면 가족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자 했다고 한다. 엄마 아빠 형제 자매가 모두 모여 살지 않아도,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사랑하고 함께 모여 살면 가족이 될 수 있음을 작가는 고양이가 병아리를 키운다는 내용으로 말하고자 했다. 나는 작가의 메시지에 덧붙여 새로운 환경에 맞닥뜨린 초보엄마들에게도 가족의 의미와 아이의 소중함을 전해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고양이가 병아리를 낳은 충격은 흡사 아이를 낳고 엄마라고 불리는 상황을 맞은 나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하얀색에 검은 점박이를 가진 니양이는 노란 병아리를 만나 가족이 되었다. 온통 하얀색과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그림책에 온기를 불어 넣듯 노란색 병아리가 찾아왔다. 차갑기만 했던 그림책은 노란 봄처럼 따듯해졌다. 삐약이가 다칠까 배고플까 돌보는 니양이를 보며 엄마 미소가 절로 피어난다. 가족은 누구로 이루어졌든 따듯한 엄마 품과 같다. 니양이가 삐약이를 품는 것처럼.

2017년이 저물어 간다. 며칠 남지 않은 2017년이 더 애틋하다. 가족이 다 같이 모여 따듯한 밥 한 끼, 달콤한 디저트 먹으며 온기를 불어 넣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니양이와 삐약이의 행복한 얼굴 같은 시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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