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 많은 이끼를 활용한 겨울철 실내공기 관리
재주 많은 이끼를 활용한 겨울철 실내공기 관리
  • 유재경<충북도보건환경硏 대기보전과장>
  • 승인 2017.12.20 19: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 유재경

옛날 중국 춘추전국시대 후한 말, 명의로 유명한 화타에 관한 일화가 있다.

어느 날 화타는 강가에서 말벌에 쏘여 눈, 코, 입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어 괴로워하는 아낙네를 보고는 그늘진 바위에 있는 이끼를 뜯어 곱게 빻아 얼굴에 붙여 주었다.

그러자 얼마 후 아낙네는 고통에서 벗어났고 화타에게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그리고는 화타에게 “지천에 널려있는 이끼가 이렇게 훌륭한 약이 될 수 있는지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화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지난 여름 뒷마당에서 거미줄에 있는 거미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말벌이 거미에게 달려들어 침으로 공격하자 거미가 거미줄에서 떨어져 땅바닥에 나뒹굴었습니다. 그런데 이 거미가 바로 옆에 있던 이끼 위로 기어가 한참을 구르기 시작하더니 다시 거미줄로 올라가 말벌을 공격했습니다.” 화타는 거미의 행동을 보고 이끼의 습한 기운이 벌침이 가진 독의 화(火)와 상극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 후 자신의 몸에 여러 차례 실험을 해 본 뒤 이끼의 효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끼는 물속에 살던 조류가 진화해 육지로 올라온 최초의 육상식물이다.

그러다 보니 살아가는데 반드시 물기가 필요했고, 습기가 있는 곳에서 주로 자라게 됐다. 원시적인 식물이라 꽃이 피지 않고 뿌리와 줄기, 잎의 구별이 뚜렷하지 않다. 뿌리는 헛뿌리로 몸을 지지하는 역할만 하고, 물과 영양분을 온몸으로 흡수한다.

비록 그늘지고 습한 곳에 자라지만 자연 속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메마른 땅에 제일 먼저 나타나 다른 식물들의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고, 자기 무게의 5배 내지 최고 25배까지 수분을 저장하는 능력이 있어 홍수와 가뭄을 제어하며 토양침식과 유실을 방지하기도 한다.

또한 자료에 의하면 알러지(allergy) 비염, 아토피(atopic) 피부질환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피톤치드(Phytoncide, 식물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항균 물질)를 편백나무보다 더 많이 배출하고, 다른 공기정화식물 등과 비교했을 때 단위면적당 산소 배출량이 800~1000배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요즈음 본격적인 겨울철에 접어들어 난방가동이 많아지지만 환기에 소홀하게 되면 가정이나 사무실의 실내공기가 건조해 지고, 산소 농도는 낮아지게 된다.

반면, 일산화탄소나 미세먼지 농도는 높아져 실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호흡기질환 등 감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수분을 저장하는 이끼의 습도조절 기능, 산소와 피톤치드를 배출하는 점을 이용해 실내에서 이끼를 가꾸면서 겨울철 실내공기를 관리하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