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느리고 부족하더라도 …
조금 느리고 부족하더라도 …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7.12.1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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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군 녹이는 얼굴없는 기부천사 2題

청주서 자폐 자녀 수영대회 첫 상금 익명 기부

36만원·손편지 전해 … “어려운 이웃에 써 달라”
지난 15일 오후 2시쯤 청주시 흥덕구 봉명2·송정동 주민센터에 40대쯤으로 보이 여성이 방문해 “어려운 이웃을 써 달라”는 말과 함께 편지봉투 한 개를 건넨 뒤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 봉투에는 1만원권 36장과 편지 1장이 동봉돼 있었다.

봉투를 받은 공무원이 기부자의 인적사항 등을 확인하려 했으나, 이 여성은 “인적사항이 알려지는 걸 원치 않는다”며 손사레를 치며 주민센터를 나섰다.

봉투 속 편지에는 이 여성의 기부동기가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편지지에 적힌 사연에 따르면 이 여성은 자폐 2급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자신도 암투병 중인 어려운 환경 속에 처했다.

하지만 자녀가 다행히 수영에 재능을 보이고 올해 수영대회에 참가해 처음 받은 장학금과 상금을 뜻 깊는 곳에 쓰고 싶어 기부하게 됐다는 뜻을 전했다.

이 여성은 편지를 통해 “일일이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간들도 있었지만, 참으로 고마우신 분들의 많은 도움으로 조금씩 극복해 나가는 중”이라며 “적은 금액이지만, 늘 또래보다 느리고 부족하다는 말만 듣던 아이가 처음 수영을 통해 받은 돈이라 뜻 있게 쓰였으면 좋겠다”고 기부동기를 설명했다.

이어 “누군가의 손길이 절실한 소외받는 이웃들을 도와주는 곳에 보내 주셨으면 감사하겠다”면서 “제가 항암 후유증으로 인해 말 하는게 불편하다보니 쪽지로 대신 함을 이해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진호 봉명2송정동장은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이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을 더 잘 이해하고 돕는다”며 “이런 사람들이 있어 살만한 세상이고 훈훈하며 따뜻하다”고 말했다.

주민센터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이 성금을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석재동기자

tjrthf0@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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