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 그리고 소통
책과 사람, 그리고 소통
  • 이헌경<진천여중 사서교사>
  • 승인 2017.12.1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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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이헌경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 책이 있고, 책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된다. 카페, 도서관, 서점 등 책을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예전보다 많이 확대됐다. 대형서점의 확장으로 동네 서점이 힘들다고 하지만 개별적인 특성을 갖춘 동네 서점, 작은 서점들이 점차 하나의 문화처럼 형성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근래에 생긴 작은 서점 대표들은 SNS를 통해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있다. 주인장의 성향이 다르듯 서로 다른 모습으로 공존하고 있어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물리적인 거리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 서점들의 생존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고심해보기 전에 우선 동네에 서점, 책방이 많이 생기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할머니께서 터를 잡으시고 부모님이 운영하셨던 동네 서점을 이어받아 운영하던 다구치 미키토는 현재 일본 사와야 서점 폐잔점 점장으로 `서점에는 책과 정보와 사람이 있다. 그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아직 큰 가능성이 남아있다.'라고 믿는 사람이다.

공간의 차이 일 뿐 어떻게 책을 세상에 뿌리내리게 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사서교사인 나 역시 학교도서관을 그리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많은 학교도서관이 시설만 갖추고 있을 뿐 그 공간을 살아 움직이도록 만드는 사람, 사서교사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래서 그의 말처럼 `책은, 서점의 수만큼, 서점원의 수만큼 다른 `제철'이 있다. 책의 다양성은 서점의 다양성이기도 하다'는 말이 반가움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무게감으로도 느껴졌다.

무엇보다 `먼저, 일구어야 할 것은 손님과의 소통이다. 적극적으로 손님과 책에 관해 대화를 나누며 관계를 일구는 것이다.'라는 그의 생각에 사서교사로서 공감했다. 대부분의 인식이 그런 것처럼 시스템을 이용한 단순 대출·반납은 어렵지 않은 업무이다. 하지만 기계적인 대출·반납은 이용자들을 도서관으로 끌어당기지 않는다. 이용자들과의 소통, 그리고 공감. 대출·반납 업무를 통해 이용자의 성향을 파악하고 대화를 통하여 보다 질 높은 독서·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책을 주고받는 동시에 사람을 만나는 일, 그것이 모든 활동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괴산 미루마을에서 `숲속작은책방'을 운영하는 백창화 대표와 우리 학교 30명의 학생의 북토크 프로그램을 끝으로 2017학년도 진천여중의 독서 문화 프로그램을 모두 마쳤다. 도서관이 그렇듯 프로그램 역시 사람이 중요하다. 백창화 대표라면 아이들 표현대로 `아묻따' 이다. 대표님과의 프로그램은 기획부터 즐거웠다. 책 선물을 하고 싶다는 제안에 30명의 학생에게 선물 할 책을 선정하고, 책 선물의 설레임과 호기심을 높이기 위해 재활용 종이로 책을 포장한 뒤 책 속의 한 문장, 대표의 생각(코멘트)을 엽서에 적어 한 권 한 권 마다 붙여주셨다.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오랜만에 손글씨 엽서를 그것도 책과 함께 받는 아이들의 표정은 기획 단계에서 상상했던 그 이상이었다.

책과의 인연, 작은 서점을 운영하게 된 이유, 그를 위한 준비과정 등을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다양한 형태의 책들을 보여주고 읽어주었다. 참여한 아이들은 아끼는 책을 한 권씩 가져와 자신이 가져온 책을 소개하고 이야기하며 3시간을 온전히 책으로 이야기하고 소통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한 가지 약속하였다. 내년에는 꼭 우리가 친구들에게 책을 설명할 수 있는 서평을 쓰는 모임과 책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을 많이 만들자고. 책으로 세상과 사람들과 소통하는 아이들이 많아지길 오늘도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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