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 길을 걸으며
해파랑 길을 걸으며
  • 임도순<수필가>
  • 승인 2017.12.17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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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임도순<수필가>

거친 파도가 포말을 뿜어낸다. 모래사장에 거세게 부딪치며 위용을 자랑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수평선 저 멀리까지 펼쳐져 있는 망망대해가 답답한 가슴을 풀어 주어, 가벼운 마음으로 바닷길을 걷는다. 삼삼오오 짝을 이룬 연인, 가족, 친구, 동료 집단을 만나면서 그들의 밝은 표정을 읽는다.

44 코스를 걷는다. 속초 해맞이 공원에서 수산항까지 구간으로 12.5km 거리다. 정암 해변과 낙산 해변, 낙산사, 남대천을 가로지르는 낙산 대교를 따라 이어져 있다. 바다와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걷도록 조성된 둘레길이다. 모래사장 위로는 데크-재를 사용하여 걷는데 불편이 없도록 하였지만, 바다를 따라 길이 연결되지 않는 부분은 자전거 길을 이용하게 되어 있다. 길 중간 중간에 “해파랑길”표지가 있지만 방향을 정하는 데 모호한 부분이 눈에 띄기도 한다.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에서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르는 길이다. 동해안의 해변길, 숲길, 마을길, 도로 등을 잇는 770km의 국내 최장거리 탐방로이다. 정부에서는 `09년부터 탐방로 노선정비, 지역 정보수집, 안내체계 구축, 지도제작 등의 사업을 추진하였다. 길을 따라 걸으며 곳곳에 위치한 역사 문화의 현장을 살펴보는 쏠쏠한 재미도 있다. 어느 코스를 선택하든 후회 없는 여행을 하려면 사전 준비는 필수다. 해파랑길 홈페이지에서 여러 가지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어 출발하기 전 정보를 얻는데 어려움은 없다.

요즈음 농촌은 고령 사회로 접어든지 오래되었다. 나는 면 단위 산악회 회원으로 있다. 농촌에는 어딜 가나 육십 대 중반이 청년층으로 분류된다. 칠·팔십 년 대에 뵙던 분들이 지금에도 변함없이 활동한다. 젊은 세대는 도시로 향하면서 세월만 흐르고 인구가 늘지 않아 새로운 회원 영입이 안 되어 연령층만 높아졌다. 예전에는 4시간 코스의 산행도 쉽게 하였지만 현실은 안타깝다. 모두가 참여하여 무리하지 않고 정담을 나누며 걷는 길이 회원들의 관심을 끈다.

세월의 흐름은 거부하지 못한다. 나이가 들면서 활동의 강도가 약해지는 데 따라서 범위를 정해야 한다.

바다가 없는 지역에서 태어난 나는 해변이 좋다. 좋아하는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는 해파랑길이 그래서 마음이 끌린다. 어딜 가나 둘레길이 잘 조성되어 쉽게 접할 수 있지만 특별히 해파랑길 770km에 관심이 간다. 한 개 코스를 걷는데 서너 시간이면 된다. 50개 코스를 바다와 유적지를 구경하며 나를 힐링하는 여행지로 가슴에 심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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