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破格)
파격 (破格)
  • 김현기<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 승인 2017.12.17 19: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행복을 여는 창
▲ 김현기

때 아니게 `소통'논란으로 지역이 뜨겁다. 자리보다는 직급 때문이 아닐까? 충북도가 소통 특별보좌관을 내정했는데 그것이 2급이란다. 우문한 탓에 2급의 의미를 잘 몰랐다. 도청의 직급 순서를 보니 도지사 > 부지사 > 그리고 2급이다. 다시 말해 서열 세 번째 자리다. 그러니까 도청의 서열 세 번째 자리에 공무원 출신이 아닌 시민사회 출신 사람을 내정한 것이다. 언뜻 보면 이해가 잘 안 간다. 그런데 이 자리는 `행정직'이 아니라`정무직'이다. 행정직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임용된 사람들이 여러 가지 어려운 승진 절차를 통해 올라가는 자리다.

정무직은 무엇인가? 궁금해서 국가공무원법을 찾아보았다. 국가공무원법 제2조를 보면 공무원 구분 제3항에 “특수경력직공무원”이 있는데 여기에 정무직공무원 조항이 있다. 여기에 따르면 정무직공무원은 가. 선거로 취임하거나 임명할 때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공무원 나. 고도의 정책결정업무를 담당하거나 이러한 업무를 보조하는 공무원으로서 법령 또는 조례에서 지정하는 공무원이다. 우리가 보통 선거로 뽑는 대통령과 자치단체장 의원들은 가항에 해당하고 국무총리나 헌법재판소장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소통특별보좌관'은 나항에 해당한다. 즉 법령이나 대통령령에서 정무직으로 지정하는 공무원이다.

소통특별보좌관은 올 초에 행정자치부에서 민관 소통을 통한 `협치 거버넌스'를 추진하기 위해 새로 신설한 자리다. 이 자리는 지방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임명권자가 적임자라고 판단되는 사람을 임명하면 되는 것이다. 정부가 이 자리를 신설한 이유는 단순한 민관 소통을 넘어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과감히 도정에 반영하라는 것이다. 관료 중심의 고착화된 도정 의사 결정과정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어 과감한 혁신을 도모하라는 것이다. 이시종 지사는 그동안 지나치게 고위관련 출신만을 선호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번에 소통특보를 임명한 것이 비판받을 내용이 아니고 반대로 지금에야 임명한 것을 비판해야 선후가 맞는 것이다.

그러면 누가 이 자리를 맡아야 하나? 한 마디로 도지사에게 온갖 쓰고 아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도지사의 뜻을 각종 단체에 잘 전달하는 홍보 보좌관이 아니라 직언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기간이 길고 짧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하는 동안 진심을 다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소통과 협치가 가능해 지고 사회혁신과 도정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파격은 `무엇인가를 깨트려 다시 올바르게 세운다.'는 뜻이다. 이번 소통특별보좌관은 이 지사의 파격이다. 견고한 지역의 기득권을 깨트려 지역을 새롭고 올바르게 세우는 것이다. 그것이 그분의 정치적 야심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파격이 가져올 `신선한 충북의 변화'다. 기대가 된다. 새로운 생각을 가진 새 인물들이 우리 지역을 새롭게 만들어가야 한다. 이시종 지사가 초창기 충북문화재단대표 선임 때 보였던 우를 다시 범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파격이 있어 행복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