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의 글쓰기
강원국의 글쓰기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17.12.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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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소품문 (小品文)
▲ 강대헌

나오자마자 얼른 귀를 털어냈어요. 무슨 입담이 저리도 거칠고 야박한지, 무서웠어요. 간만에 먹는 버섯칼국수가 어디로 들어가는지 정신이 혼미했지요. 다른 손님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떠들어대는 모습이 가관이었으니까요.

남을 살리는 말을 하고 싶어요. 남의 가슴에 못을 박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 결심이 더욱 굳어지는 점심이었어요.

오전 10시를 오후 2시로 잘못 알고 들렀던 강연장에서 아쉽게 발길을 돌리고 들어갔던 칼국숫집에서, 그만 심각한 자상만을 입고 나왔던 겁니다. (어제 들었던 얘기가 수더분하고 간결하고 인상 깊었기에, 오늘도 또 듣고자 했던 강원국 작가의 강연이었죠.)

어제 들었던 얘기를 줄이자면, 찌질하게 살았던 자신이 두 명의 대통령을 만나 이런저런 멋진 경험을 했다고 강원국 작가는 말했어요.

물이 흐르듯이 유연하게 남을 살리는 말을 하면서 청중들의 생각과 영혼을 터치하던 그의 마지막 멘트는 “책을 쓰라!”는 것이지요.

글 쓰고 말할 때 고양된 행복감을 느낀다는 그의 권고이니 만큼, 새겨듣고 싶군요.

강원국 작가는 화면빨보단 실물이 낫더군요.”

자신을 가리켜 영혼 없이 살았던 때가 있었다고 말하던 강원국 작가의 강연을 듣고 남겼던 리뷰였습니다.

영혼 없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니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겠군요. `영혼(spirit)'이란 말이 사람도 되고 마음도 되고 정신도 될 수 있으니, 그런 것이 없다는 게 어디 온전한 일이겠습니까.

듣기와 읽기만으로 영혼 없이 살았다던 강원국 작가는 말하기와 쓰기를 경험하게 되면서 삶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자주 했어요. 말하고 글 쓰는 게 영혼의 밥이 된다는 겁니다. 다른 기회가 있어서 그의 강연을 다시 들었거든요.

이번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라는 주제까지 있어서 그의 말에 더욱 집중했답니다. 강연 내용을 적어보았어요.

1. 평소에 글감을 만들어 놓아라.

2. 쓰기 전에 미리 말해보라.

3. 짧게 쓰고 오래 고쳐라.

4. 생각나는 것을 다 쏟아낸 다음에 조립하라.

5. 어휘력을 높여라.

6. 군더더기를 없애라.

7. 역지사지하고 감정이입하라.

8. 독자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를 정해라.

9. 혼자 쓰지 말고 함께 써라.

내 안에 내가 없으므로 마음의 근육이 약하다고 느끼고 `내가 누구인가?'라는 물음이 떠나고 있지 않다면, 강원국 작가의 팁을 건너뛰지 않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어깨의 힘을 뺀 진정성 있는 글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군요.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죠.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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