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死者의 書
티벳 死者의 書
  • 법원<청주 능인정사 주지 스님>
  • 승인 2017.12.1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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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 법원

인도의 승려 파드마삼바바나는 티벳 왕의 초청을 받아 티벳으로 가서 경전을 번역하고 깨우침의 경지를 100여권의 책으로 써 내려가지만 세상은 아직 그 내용을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히말라야의 깊은 동굴에 한 권씩 숨기고 몇 명의 제자들에게만 그 능력을 전수했다. 수 백 년 후 그 제자들이 한 사람씩 세상으로 돌아와 그 비밀의 경전을 찾아내는데 여기 소개하는 `티벳 사자의 서'도 그중 한 권이다.

죽음의 순간에 오직 한번 듣는 것으로도 생사의 굴레를 벗어난 영원한 자유를 이룰 수 있다고 알려 주고 `죽음을 배우라, 그래야만 그대는 삶을 배울 것이다.'라고 이 책은 역설한다.

사람이 죽어 육신을 떠나면 다시 태어나기 전까지 49일 동안을 바르도라 불리는 중간 단계에 머무르는데 이때 의식은 생전에 그를 지배하던 저차원적이고 거친 욕망 쪽을 달려가는 카르마의 속성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데 더 강한 힘을 가진 바른 지식의 수련을 쌓으면 그 의식 체의 한 부분이 붓다의 경지를 성취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동물적 성질에서 나오는 공포의 세계가 아닌 즐거운 세계, 즉 극락에 이른다고 한다.

대개 환생은 사자가 그 과정을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뤄지는데 그것은 겪는 자가 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등 수학을 알지 못하는 어린 아이가 빛의 속도를 계산할 수 없듯이 동물적인 속성을 가진 사람이 환생을 지배하는 고차원적인 도움을 받을 수는 없고 결국은 자궁의문 안으로 들어가 인간의 세계로 환생하는 것이다.

이 책의 중요한 가르침은 모든 현상은 윤회하는 마음에만 나타날 뿐 실제로는 덧없는 것이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사후 세계는 조건만 다를 뿐 인간 세상에서 만들어진 현상의 연속이며 카르마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죽음과 환생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하는 것은 이생에서 어떤 행위를 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모든 존재의 궁극적인 목적은 윤회계로부터의 해방이며 이 해방은 니르바나(모든 고통과 번뇌가 끊어진 경지)를 실현하는 데서 얻어진다.

붓다는 “제자들이여 흙, 물, 불, 바람이 없는 세계가 있다. 그곳은 끝없는 공간도 아니요, 끝없는 생각도 아니요, 무도 아니요, 생각과 생각이 아님도 아니다. 그곳은 이 세계도 저 세계도 아니다. 그곳은 오는 곳도 없고, 가는 곳도 없고, 머무름도 없으며, 죽음도 없고, 태어남도 없다. 불변, 불생, 부조, 무형의 세계가 있기 때문에 변화하고 태어나고 만들어지고 형상을 가진 세계로부터 벗어남이 있느니라”라고 가르쳤다.

`티벳 사자의 서'는 한마디로 죽음에 대한 지침서다. 우리가 사후에 보게 되는 모든 빛들과 신들의 세계가 우리 자신의 마음에서 투영된 환영에 불과한 것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삶도 나 자신이 만드는 것이고 세계도 내가 창조하는 것이다.

`티벳 사자의 서'가 우리에게 주는 진리는 그 환영의 세계를 속히 깨달으라는 것이다.

죽음에 이른 자의 귀에 대고 죽음은 환영에 불과한 것이며, 삶까지도 그림자일 뿐이니 서둘러 그것에서 벗어나라고 이 책은 알려준다. “아 고귀하게 태어난 자여! 저 근원에서 나오는 빛을 보라. 그 빛을 깨달으라. 그 빛이 바로 그대 마음의 근본이다. 내 말을 들으라. 그대를 유혹하는 저 덧없는 환영들에 집착하지 말라”

칼 융이 말했듯 티벳 사자의 서는 닫힌 책으로 시작해 닫힌 책으로 끝날지 모른다. 읽는 사람의 영적인 이해력에 따라서만 그것은 책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끝내 닫힌 책일 수도 있지만 마음을 열고 편견을 넘어 진리의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 자에게는 그 책장을 눈부시게 열어 보일 것이다.

2017년 마지막 달의 중순. 올 한해도 다들 무고하셨는지 안부를 묻고 싶고, 다음해에도 만 중생 이고득락하기를 부처님 전에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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