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시간 보내기
혼자만의 시간 보내기
  • 박윤희<한국교통대 한국어 강사>
  • 승인 2017.12.13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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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박윤희<한국교통대 한국어 강사>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연말연시가 다가오면 혼자 사는 노인이나 어려운 가정들을 돌아보게 한다.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기 힘들 노인들을 위한 성금 모금이나 김장, 연탄 보내 드리기 등 많은 선행이 베풀어지고 있다. 참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선행들이 12월에 집중된 것을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한다.

5년 전 시어머님께서 우리 집에 열흘 계신 적이 있었다. 시댁 집 건축하는 관계로 몇 달간 지인의 외딴집에 신세를 지게 됐다. 형님 내외분과 조카들까지 함께 지내셨지만 낮에는 모두 직장에 나가고 나면 외딴집에 혼자 계셔야 하는 실정이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집을 짓는 서너 달 동안 감옥살이를 하셔야 했다.

기제사로 시댁에 갔다가 “어머님, 갑갑하시면 며칠 저희 집에 가 계실래요?”라는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짐을 싸시는 어머님을 보며 그동안 얼마나 갑갑하셨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시어머님과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우리 집에 오실 때만 해도 이젠 집에 혼자 있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셨나 보다. 그게 커다란 착각이란 걸 주말이 지나서야 알게 되셨다.

월요일 아침 남편과 아이들은 서둘러 나갔고, 나 역시 출근을 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머님 저는 출근해서 서너 시간 지나면 들어오니까 집에 혼자 계셔도 괜찮으시죠?”라는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럼, 나는 작은 딸네 집에 데려다 다오. 너 올 때까지 거기에 있으마.” 말씀하셨다. 시어머님을 식당을 하시는 작은 시누이댁에 모셔다 드리고 출근을 했다. 바쁜 식당에 시어머님을 모셔다 놓고 나가는 내 마음도 편치 않았다. 그곳은 식당이라 사람들이 오니까 심심하지 않으리라는 시어머님의 생각은 빗나갔다. 점심 장사 준비로 식당은 정신없이 바빴다. 그런 곳에서도 다리 아픈 팔십이 넘은 노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시어머님은 본인이 걸리적거린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이었다. 저녁에 집에 모시고 와서 “딸네 집에 가니까 좋으셨어요?”라는 내 말에 점심시간에는 2층 살림집에 혼자 계셨다고 말씀하시는 소리를 들으니 조금은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시어머님께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원하거나 바라는 분은 아니다. 당신 때문에 자식들이 피해를 볼까 걱정하시는 그런 분이다. 그저 누군가가 당신 옆에 항상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셨다. 바쁘다는 이유로 시어머님과 하루 종일 함께 있어 줄 자식은 그 어디도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외로움은 깊어진다. 그건 시간이 많아지는 원인이기도 하다. 독거노인들에게 추위와 배고픔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들에게 외로움은 더 견디기가 힘든 일일 수도 있다. 추운 겨울에 혼자 지낼 독거노인들에게 관심을 두는 건 좋은 일이며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정작 필요한 건 외로움을 달래줄 말동무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노인을 혼자 두어야 하는 문제가 누구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각종 기관이나 단체에서 노인들을 위해 함께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늘고 있어 앞으로는 점차 변화되리라 본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가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것이다

-정호승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시집의 `수선화에게' 중에서-

이제 나도 아이들 다 컸고 남편은 늘 바쁘다. 그래서 혼자 있을 때가 많다. 벌써 나도 혼자 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진다는 게 겁이 나기도 한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혼밥, 혼술이라는 말이 익숙해 있지만 40대 이후의 세대들에게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일은 쉽지 않다. 나의 노년의 모습을 떠올리며 정부 차원이 아니라 스스로 혼자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의 몫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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