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회의록’을 통해 본 오늘
‘금수회의록’을 통해 본 오늘
  • 김태수<청주시의회 의원>
  • 승인 2017.12.13 2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 김태수<청주시의회 의원>

우리는 광기가 충천하고, 광란이 폭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광풍이 사회를 휩쓸고 있다. 조금의 여지도, 조금의 인정도 없이 모든 것을 삼키고, 닥치는 대로 부수고 있다.

1908년 출간되어 우리나라 최초의 금서가 된 `금수회의록'이 떠오른다. `금수회의록'은 저자 안국선이 동물들을 통하여 인간사회의 모순과 비리를 풍자한 우화소설(寓話小說)이다.

이 소설은 지금으로부터 110년전에 쓰여진 소설이지만 지금의 현실과 비교하여 말한다면 얼마나 다를 것인가 하는 궁금증을 갖게 한다.

제1석에서는 까마귀의 입을 통해 반포지효(反哺之孝)를 들어 인간들의 불효를 말하고 있다.

“지금 세상 사람들은 말하는 것을 보면 낱낱이 효자 같으되, 실상 하는 행실을 보면 주색잡기(酒色雜技)에 침혹하여 부모의 뜻을 어기며, 형제간에 재물로 다투어 부모의 마음을 상케 하며…(중략) 인류사회에 효도 없어짐이 지금 세상보다 더 심함이 없도다. 사람들이 일백 행실의 근본 되는 효도를 알지 못하니 다른 것은 더 말할 것 무엇 있소”

1908년에 보는 시각과 2017년에 보는 시각을 비교한다면 조금도 더 나을 것이 없다. 오히려 100여년 전보다 지금이 휠씬 각박함을 느낀다.

부모가 자식을 살인하고, 자식이 부모를 살인하고, 재산으로 인한 형제간의 송사는 일반화 되었으며, 부부간의 가벼운 이혼은 이제 흠도 아닌 시절이다.

제2석에서는 여우가 호가호위(狐假虎威)를 말하며 외국세력을 빌려 제 동포를 압박하고, 무력으로 타국을 침략하는 것을 비난하고 있다.

“외국의 세력을 빌려 의뢰하여 몸을 보전하고 벼슬을 얻어 하려 하며, 타국 사람을 부동하여 제 나라를 망하고 제 동포를 압박한다”

어찌 이리도 100년 후의 일을 정확하게 말하고 있는지 소름이 돋는 느낌이다. 한반도는 남북으로 갈라선 채 주변 강대국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실정이고, 일부 정치가들은 이들의 위세를 빌어 권력을 휘두르는 낯부끄러운 일이 현존한다. 북한은 분단 후 70여년 동안 적화야욕을 버린 적이 없고 끊임없는 무력도발을 감행하고, 마침내 핵으로 위협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제7석에서는 호랑이가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를 들어 백성을 수탈하는 탐관오리와 인간의 흉폭성을 비난하고 있다.

“사람들은 대낮에 사람을 죽이고 재물을 빼앗으며 죄 없는 백성을 감옥서에 몰아넣어서 돈 바치면 내어 놓고 세 없으면 죽이는 것과, 임금은 아무리 인자하여 사전(赦典)을 내리더라도 법관이 용사(用事)하여 공평치 못하게 죄인을 조종하고, 돈을 받고 벼슬을 내어서 그 벼슬한 사람이 그 밑천을 뽑으려고 음흉한 수단으로 정사를 까다롭게 하여 백성을 못 견디게 한다”

요즘은 일반적인 범죄는 뉴스도 안될 정도로 참혹하고 비정한 범죄가 빈번이 일어난다.

시신을 토막 내는 엽기적 사건은 물론 듣기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살인의 참상은 오히려 100여년전보다 진화된 범죄를 보는 듯 하다. 국민을 위한 정치는 실종되고 막말과 보복, 그리고 갈등과 분열만 양산하는 행태에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야 하는 것이 오늘이다.

100여년전의 `금수회의록'이 당시의 금서가 될 정도로 사회에 충격을 주는 소설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 이러한 소설이 출간이 된다면 과연 어느 정도의 충격을 줄 것인가? 단언컨대 별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다. 그 이유는 현대의 실상은 소설의 내용보다 더 참혹하고, 더 잔인하며, 더 비정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아직도 따스함과 사랑의 마음이 많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