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 세상 물 밖 세상
물속 세상 물 밖 세상
  • 정세근<충북대 철학과 교수>
  • 승인 2017.12.1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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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근 교수의 인문학으로 세상 읽기
▲ 정세근

엉뚱한 상상이다. 크게는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자는 것이지만, 해괴망측한 생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사실이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생물이 있다. 물론 `세상에는 두 종류의 생물이 있다'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판단이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는 것과 같이 자기중심적이다. `착한 사람, 나쁜 사람'이면 약과다.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 나에게 못해주는 사람'이라면 왜 세상을 두 종류로 나누는 것이 위험한지 알 것이다. `나의 친구, 아니면 나의 적'이라. 이 얼마나 무서운 생각인가. 따라서 생물을 일도양단한다는 것도 정말 무리다. 그러니 앞으로의 이야기를 반은 재미로 받아주기 바란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생물이 있다. `하나는 물 밖에서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물속에서 사는 것이다.' 맞는가? 적어도 공간적으로 보면 사실이다.

우리가 물속에서 못 살아서 그렇지 물속에서 즐겁게 사는 녀석들도 많다. 아니, 생물의 기원은 물이다. 사람도 물속에서 잉태되어 물속에서 탄생한다. 모래집물 또는 포의수(胞衣水)라고도 불리는 양수(羊水)가 터지면서 태어나지만 이때부터 사람은 물과 이별한다.

나는 횟집 어항에 들어 있는 고기를 보면서 늘 신기해한다.

첫째, 어떻게 숨을 쉬지? 아가미다 뭐다 말할 필요가 없다. 그들도 분명 숨을 쉬는데, 물속에서 산소를 찾아낸다. 물고기나 나나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뱉어내는 것은 마찬가진데, 그놈들은 물속에서 산소를 걸러 내다니, 나에게는 없는 능력이라서 기특하게 느껴진다.

둘째, 물은 찬데 어떻게 체온을 유지하지? 겨울이면 더욱 궁금증이 커진다. 우리는 섭씨 17도에서도 금방 숨이 막히는데, 물속에 사는 것들은 어떻게 사는 것일까? 17도면 목욕탕의 급 냉탕 정도의 온도다.

셋째, 먹이는 어떻게 찾지? 그들이나 나나 눈이 있고 그들은 눈꺼풀이 하나 더 있어 수경을 쓴 것처럼 잘 본다는 것을 알지만, 먹이활동을 시각보다는 후각에 의존하는 녀석들도 많은데 어떻게 냄새를 맡을까? 탁한 물에서 사는 붕어를 생각하자. 말로는, 물을 걸러내서 맡는다는데 저수지에 떡밥을 뿌리면 많이 희석될 텐데 어떻게 구별할까?

넷째, 왜 몰려다닐까? 떼로 다니는 물고기도 많은데, 왜 그럴까? 그들에게 사회성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대장도 있고, 서열도 있나? 자고로 떼라는 서양식 표현은 학교(a school of fish)인데, 그들도 공부하나?

그런데 이런 것들보다도 더 큰 의문은 그들이 사는 바다의 크기이며, 그들의 종류이며, 그들의 먹이사슬이다. 바다는 그냥 넓기만 한 것이 아니라서 얕은 곳이건 깊은 곳이건 생명이 산다. 달리 말하면 따뜻한 곳에서도 추운 곳에서도 살고, 어두운 곳에서도 밝은 곳에서도 산다. 비교를 함부로 못하지만, 땅의 생태계만큼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물은 우리에게 공기고, 그들에게 수온은 우리에게 계절이고, 그들에게 해류는 우리에게 계절풍이라는 등치관계가 성립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사는 세상도 우리가 사는 세상처럼 뭔가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양의 세계라면 그들은 음의 세계가 아닐까?

어항 속 물고기는 나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첫째, 참으로 기이하게 생겼구나(걸어다닌다). 둘째, 몸뚱이에 이상한 것들이 많이 붙었구나(팔과 다리). 셋째, 입에서 별의별 요상한 소리를 내는구나(말).

/충북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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