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된 플라타너스 `싹둑' 충주시민 반발
45년된 플라타너스 `싹둑' 충주시민 반발
  • 윤원진 기자
  • 승인 2017.12.12 1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9월 강풍에 한그루 쓰러져 열차 운행 중단

市, 의견수렴 등 없이 안전상 이유 57그루 벌채

환경단체 “있을 수 없는 일” 독단적 행정 비난
▲ 충주시가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플라타너스를 잘라내고 있다.

충주시가 안전을 이유로 45년이 넘는 플라타너스 나무 57그루를 베어내 시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12일 시는 도심으로 들어오는 관문인 중원대로 충주IC 입구에서 황산마을 입구까지 500m 구간에 위치한 플라타너스 나무를 잘라냈다.

지난 9월19일 강풍으로 플라타너스 나무 1그루가 인접한 충북선 철도로 쓰러져 2~3시간 정도 열차 운행이 멈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모습을 목격한 인근 주민들과 통행하던 시민들은 수령이 수십년된 나무가 전기톱에 `조각조각' 잘려나가는 상황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 플라타너스 나무는 청주와 음성은 물론, 서울과 경기 지역으로 가는 관문에 위치해 그동안 충주 입성의 상징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는 플라타너스 나무를 베어내고 대신 예산 3900만원을 들여 은행나무를 심는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환경단체나 시민들의 의견수렴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들은 충주시가 시민 안전을 위해 벌인 일이라면 당연히 시민 의견을 수렴해야 했다며 시의 독단적인 행정을 비난했다. 수십년된 나무를 베어내기 전에 안전도 확보하면서 나무들을 지킬 대안은 없었는지 찾아봤어야 했다는 말이다.

당장 주민들은 강풍에 대비한 가지치기나 지반 강화 등의 방법으로도 충분히 자연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굳이 잘라야 했다면 다른 곳에 이식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환경단체는 더욱 반발했다. `제 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충북환경운동연대는 `바람에 나무가 쓰러질까봐 걱정된다면 바닷가 동네에 심어진 나무도 다 뽑아 버려야하냐'며 `참으로 이 나무 베는 논리는 가당찮다'고 했다.

그러면서 “충주시에 110개의 자문심의위원회가 있어 무얼하냐'며 `주민의 지방자치 외면하고 독선과 아집으로 가득 찬 행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우리도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면서 “수거(나무길이)가 30m 이상이라서 바람에 취약하고 이 나무가 전복된다면 인명피해 우려가 높은 점이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시민 김모씨(47)는 “외지 출장을 갔다가 항상 이 곳 플라타너스 나무를 보며 충주에 왔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45년간 단 한 차례 일어난 일로 나무를 송두리채 베어버리는 충주시 행정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주 윤원진기자
blueseeking@cctimes.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