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골 학교의 핸드벨 공연
어느 시골 학교의 핸드벨 공연
  • 임형묵<수필가>
  • 승인 2017.12.10 1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임형묵

악보조차 모르던 아이들이 교감하며 선율을 들려준다. 꼬물거리는 손, 볼그레한 볼, 긴장한듯하면서도 음을 놓치지 않으려는 눈빛도 놓칠 수 없다. 악보를 보랴, 연주하랴, 동료와 호흡하려 애쓰는 모습에 주변은 숨을 죽인 채 학생들의 핸드벨 공연을 지켜볼 뿐이다.

제14회 원당 숲 소리 정기 연주회가 지난 8일 오후 7시 음성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있었다. 1부 무대에는 소리에 물결을 타고 음악에 마음을 싣는 주제로, 2부에서는 너와 나의 마음 모아 더 큰 행복의 나라로 이끄는 장의 무대가 펼쳐졌다.

`핸드벨 콰이어 앙상블'을 시작으로 바이올린, 플루트, 가야금, 피아노, 여러 기악기가 등장한다. 학년에 따라 연주곡이 정해지지만 전 학년이 여러 악기를 배워 연주하니 그 노력과 열정을 보는 듯하다. 더 놀라운 것은 유치원생까지 공연에 참가해 실력을 뽐낸다. 엄마의 품에서 재롱떨어도 밉다 할 수 없는데 관객 앞에서 천사의 음률을 선사한다. 캐럴, 민요, Beautiful dreamer (S.C.Foster 곡), 다뉴브 강의 잔물결 등 귀에 익은 여러 장르의 연주곡을 선보여 구성이 다부지다.

학생 수가 줄어들어 폐교의 위기에 몰렸던 학교가 100여 명을 넘어서는 학교로 거듭난 데에는 음악 특성화 교육 프로그램이 한몫했다고 본다.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교사와 학부모들은 물론, 동문의 노력과 관심으로 신나는 학교, 즐거운 배움이 있는 학교로 재탄생했다. 한마음 한뜻을 가지고 어린이들이 마음껏 연주하며 공부하고 뛰어놀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준 모든 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선생님의 풍금 소리를 듣고 음악에 눈을 뜬 나와 달리, 후배들은 악기를 손수 배워 자기만의 노래를 들려주는 모습에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실습농장에서 농작물을 기르고, 방학이면 퇴비에 쓰려고 풀을 짊어지고 가거나 솔방울을 줍고 송충이를 잡으며 잔디 씨를 훑어야 했던 옛 시절과 대조되어 피식 웃음이 나온다.

나라별 중산층의 기준을 보면 그동안 한국이 처해 있는 지정학적 배경과 고난의 역사가 짐작된다. 프랑스에서는 외국어를 하나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와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부채 없는 아파트 30평 이상을 소유하고 월급이 500만 원 이상, 자동차는 2000cc급이 되어야 한다고 하니 기분이 씁쓰레하다.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사회적인 약자를 돕는 것에 선 순위를 두고 있는 미국과도 그 가치에 차이를 두고 있다.

다행히 핸드벨 정기연주 공연을 보고 나니 가슴이 따뜻해진다. 감성을 자극한다. 개울가를 걸으며 동네 아이들과 학교로 향하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다. 음악여행을 함께한 모든 이들과 꿈길을 걷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