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과 썰물
밀물과 썰물
  • 권재술<전 한국교원대 총장>
  • 승인 2017.12.0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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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 권재술<물리학자·전 한국교원대 총장>

바닷물은 출렁인다. 바람에도 출렁이고, 기압차에도 출렁이고, 지진에도 출렁이고, 그리고 달 때문에도 출렁인다. 달 때문에 바다가 출렁인다고? 그렇다. 달 때문에 바닷물은 크게 출렁인다. 달 때문에 바닷물이 출렁이는 현상을 조석(潮汐)현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크다. 인류는 해변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이 조석현상을 체험하게 되었다. 그리고 하루에 두 번 조석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어부들은 아주 옛날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뉴턴이 중력을 발견하기까지 과학계의 숙제로 남아 있었다.

조석현상은 달의 인력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지구가 달을 당기고 달도 지구를 당긴다. 이 세상의 모든 물체는 중력이라는 힘으로 서로 당기고 있다. 이것을 만유인력이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만유인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중력이 곧 만유인력이다. 뉴턴이 중력 이론으로 조석 현상을 완벽하게 설명함으로써 그의 이론은 만유인력의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빛나게 되었던 것이다.

달이 지구를 당긴다. 달은 지구의 땅만 당기는 것이 아니라 물도 당긴다. 땅은 고체라서 달이 당겨도 땅덩어리 전체가 같이 움직이지만 바다의 물은 액체이기 때문에 달 쪽으로 바닷물이 불룩하게 솟아오를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달 쪽으로 불룩 솟은 부분은 가만히 있지만, 지구가 자전하므로 지구에서 보면 그 불룩한 부분이 하루에 한 바퀴씩 돌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하루에 한 번 조석현상이 생겨야 한다.

그런데 밀물과 썰물은 꼭 하루에 두 번씩 일어난다. 두 번씩 밀물과 썰물이 일어난다면 바닷물이 달 쪽으로만 불룩한 것이 아니라 달의 반대쪽으로도 불룩하게 나와 있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이다! 달이 끌어당기기만 하는데 왜 달과 반대쪽 지구의 바닷물이 불룩하게 솟아오를까? 달이 가까운 쪽 바닷물은 당기고 반대편 바닷물은 민단 말인가? 하지만 만유인력은 당기는 인력이지 미는 척력은 아니다.

조석현상은 물리학과 지구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아주 골치 아픈 문제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지구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공중에 떠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인데, 그 원리를 알아듣게 설명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달 쪽에 있는 바닷물은 가깝기 때문에 세게 당기고, 달 반대편에 있는 바닷물은 멀기 때문에 약하게 당긴다. 그래서 공중에 떠 있는 땅의 입장에서 보면 달 쪽으로도 불룩, 달 반대쪽으로도 불룩하게 나오게 된다. 물론 이 정도의 설명으로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렇게 믿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조석현상은 지구의 생태계와 농업과 어업은 물론, 지구의 기후와 우리 사회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조석현상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의 전부가 아니다. 조석현상은 바닷물과 땅을 서로 마찰시킴으로써 지구의 자전 속력이 느려지게 한다. 지구 자전이 느려지면, 물리학의 각운동량 보존 법칙에 따라서 달은 지구로부터 멀어져야 한다. 달은 지구보다 질량이 작기 때문에 조석현상이 달의 운동에 주는 영향은 매우 크다. 물론 아무리 그렇더라도 지구 자전의 느려짐과 달의 멀어짐은 매우 작다. 정밀한 측정에 의하면 하루의 길이는 62,500년에 1초 늦어진다고 한다. 우리가 사는 동안 하루의 길이를 다시 조정해야 하거나 달까지의 거리를 다시 고쳐야 할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수천만 년을 생각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나이가 수백억 년이 넘는 우주를 다루는 사람들에게 수천만 년이라는 세월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 장구한 세월, 나는 죽어 뼈도 없겠지만, 밀물과 썰물이 만들어내는 이 지구 자전의 느려짐과 달의 멀어짐이 지구에 어떤 문제를 만들어낼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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