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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개혁의 핵심

기고 송원영<경찰교육원 감성계발센터 교수>l승인2017.12.07l수정2017.12.06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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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원영<경찰교육원 감성계발센터 교수>

지난 초여름 아내가 무릎 수술로 입원하게 되었다. 퇴근 후 아이들 저녁을 챙겨주면서 새삼 아내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하루는 싱크대를 뒤지다가 라면 스프를 하나 발견했다. `면은 어디 갔을까?' 수색 끝에 가느다란 잔치국수 면을 발견하고는 냄비 두 군데에다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한쪽 냄비에 스프를 끓이고, 다른 냄비에는 국수를 삶은 후 두 냄비를 합하여 파까지 쫑쫑 썰어 넣었다. 맛있는 냄새와 함께 완성된 라면!

뭔가 새로운 요리를 해냈다는 뿌듯함과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만 같은 우쭐한 마음에 만면에 미소를 띠고 아이들의 반응을 기다렸다. 하지만, 첫 젓가락질을 한 아이들의 표정이 이상했다. 직접 한 젓가락을 먹어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가 상상했던 맛과는 전혀 다른, 기대 이하의 맛이었다. 라면 맛을 좌우하는 것이 스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꼬들꼬들한 면발도 라면 맛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경찰에서는 경찰개혁위원회를 중심으로 해서 경찰 개혁의 과제물들을 발굴하고 있다. 활발한 활동을 통해 인권침해사건 진상규명위원회 설치와 변호인 참여권 실질화, 촛불집회 백서 발간과 수사공정성 확보, 국제기준에 맞는 유치인 인권보장, 인권경찰 구현, 자치경찰제, 장관급 경찰위원회, 수사본부장 신설과 일반경찰의 수사관여 차단 등 굵직굵직한 개혁방안(권고안)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방안 하나하나를 접하면서 경찰발전에 필요한 내용들이라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경찰의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는 내용인지에 대한 걱정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라면 맛을 제대로 내려면 스프뿐만 아니라 꼬들꼬들한 면발도 갖춰져야 하듯이, 현재의 개혁방안들이 과연 경찰에게 꼭 필요한 몇가지 핵심사항을 통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종합적인 개혁방안이 아닌 순차적 개별 방안의 문제점이다. 경찰 발전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수사공정성 문제와 자치경찰제는 구분된 문제가 아니다. 변호인 참여권과 일반경찰의 수사관여, 장관급 경찰위원회 구성은 따로 논의되어선 안 된다.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과제들을 나열해 놓고 개별 과제마다 순차적으로 방안을 내놓는다면 이는 종합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큰 틀에서 함께 고민해야 제대로 된 대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과연 경찰개혁의 핵심 이념과 사항들을 염두에 두고 있는 지 묻고 싶다. 경찰의 민주성과 능률성, 정의와 공정 등 경찰이 반드시 가슴에 새기고 있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들을 정리하고 치안현장에서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 먼저다. 그러한 큰 방향을 먼저 제시한 후에야 비로소 신속한 범인검거와 인권보호, 피의자의 인권과 피해자의 권리 보호 등 서로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치안현장에서 포기할 수 없는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어느 수준까지 달성해 나가야 할지를 결정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멀리 제대로 가려면 근원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끝으로, 경찰개혁위원회 논의에 경찰위원회가 배제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법에서 경찰의 주요 정책과 경찰발전 사항을 심의, 의결하기 위하여 설치한 경찰 최고 의결기관인 경찰위원회를 허수아비를 넘어서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다면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개혁의 정당성을 갖추려면 실질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적으로도 현재의 법체계를 존중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찰개혁위원회의 활동에 경찰은 물론 온 국민의 관심이 무척 크다. 과연 국민이 경찰에 부여한 지엄한 명령은 무엇인지, 경찰의 현실(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은 어디인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위원회의 활동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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