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의회의 ‘돈 키호테’
충주시의회의 ‘돈 키호테’
  • 윤원진 기자
  • 승인 2017.12.0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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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윤원진 차장(충주주재)

충주시의회의 `돈 키호테'로 불리던 박해수 의원(자유한국당)이 쓰러졌다.

자수성가한 사업가에서 시의원으로 옷을 갈아입고 의정 활동에 나선 그는 초선 답지 않은 행동력과 시정 전반에 걸친 직선적 문제 제기로 이 같은 별명을 얻었다.

그런데 소설 속 주인공처럼 풍차를 향해 돌진하다가 충돌한 것이다. 그에게는 풍차가 아니라 괴물이었기 때문이다.

박 의원에게 괴물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지난 4일 열린 222회 2차 정례회 1차 본회의에서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됐다. 이 건은 동료 의원 5명이 징계사유 요구서를 제출하며 이뤄졌다.

그런데 윤리 명분을 벗어난 `당 대 당' 싸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윤리특위 회부에 찬성한 의원들이 전부 박 의원과 다른 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박 의원과 정 의원은 폭행·모욕 등의 혐의로 상호간 맞고소한 상황이다. 정치적 노선이 다르다는 이유로 정 의원이 자유한국당을 탈당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입당한다고 하면서 갈등이 표면화됐다.

하지만 민주당 입당을 천명한 정 의원은 도당 심사에서 입당이 거부됐다. 그러다가 박 의원만 윤리특위에 회부된 것이다.

박 의원의 징계사유는 막말과 명예훼손 등이다. 행정감사나 산건위 회의 등에서 막말을 하고, 의회 직원들이 있는 가운데 동료의원에게 모욕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다. 개인적 동영상을 촬영해 유포했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 사유도 그동안 정 의원측에서 주장한 내용과 동일해 이번 윤리특위 회부가 다분히 `정치적'이라는 지적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이번 징계사유 요구서에 사인한 의원 중에는 박 의원과 갈등을 빚고 있는 정 의원도 포함됐다. 결국 한국당도 이 문제로 정 의원을 윤리특위에 회부할 예정이다.

충주시의회는 4년 전 의장이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을 받을 때도, 1년 전 한 의원이 관급공사를 특정업체에 밀어줬다는 혐의로 경찰에 구속될 때도 윤리특위를 열지 않았다.

박 의원은 평소 의정활동에 임하며 잦은 소신 발언을 해 왔다. 위원장 활동비 내역 등 투명한 공개를 요청하고, 의원들 해외연수를 자비로 가야한다고 주창했다. 사드 문제가 한창일 때는 동료 의원들과 중국 해외연수에 동행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동료 의원들이 거리를 두고, 괴소문까지 나돌았다. 시의원에 당선된 뒤 부인 명의의 회사를 차려 관급공사를 따내고, 특정인을 위해 공무원을 고발했다는 말들인데, 결국 헛소문으로 드러났다.

윤리특위에 회부된 날 박 의원은 시의회에서 졸도해 현재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정신은 차렸지만 심신은 매우 위약한 상태로 전해졌다.

지역구 주민이 시의회에 찾아 와 강하게 민원을 제기했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다. 하지만 이 주민도 민주당 당원으로 알려졌다.

병원에서 회복 중인 박해수 의원은 깊은 갈등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원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그를 알던 사람들은 한결 같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애마 `로시난테'를 타고 카르텔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풍차를 부수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볼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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