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청의 나라사랑 감동교육
충북교육청의 나라사랑 감동교육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7.12.04 2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 김기원

12월 1일 충청북도학생교육문화원(청주시 주중동 소재)에는 보기 드문 이색 교육이 펼쳐졌다.

김병우 교육감이 수능시험을 치른 고3 학년들을 위해 마련한 특별한 교육이벤트였는데 학생들 반응도 좋고 교육적 효과도 높아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

오전 오후반으로 나눠 박걸순 충북대 교수로부터 `독립운동과 충북의 독립운동가'에 대한 특강을 들은 다음 바로 이어서 연극 `거인의 꿈 이상설'을 감상토록 해 이해도와 집중도를 높인 교육을 했기 때문이다.

 `거인의 꿈 이상설'은 충북이 낳은 위대한 교육자요 독립운동가인 보재 이상설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연극이다.

극단 청사(대표 문길곤)가 이상설 선생 서거 100주년과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 참석 110주년을 기념해 지난 6월 그의 출생지역인 진천 화랑관에서 초연해 호평을 받은 바 있는 수작이다.

주지하다시피 수능시험을 치른 고3 학생들은 지긋지긋한 시험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만끽하고 싶어 한다. 선생님들의 강의가 귀에 들어올 리 없고, 수업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시험에 나오는 강의라면, 성적에 반영되는 수업이라면 달라지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학교에서는 듣기 어려운 박걸순 교수의 명강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관련 영상자료를 보여주며 열강을 해도 반은 자고 반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니 말이다.

그랬던 학생들이 연극 공연이 시작되자 달라졌다.

자면서도 들은풍월이 있어 쉽게 연극 스토리에 녹아들었고, 한국 전통악기 연주와 한국무용을 접목시켜 듣고 보는 재미도 쏠쏠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자세를 고쳐 앉고 두 눈을 부릅뜨고 연극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연극은 을사늑약에 항거하다 망명길에 오른 이상설이 사재를 털어 만주벌판 용정에 한국 최초의 신학문 민족교육기관인 서전서숙을 설립해 교육하는 모습과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밀사로 파견되어 벌인 활약상과 그로 인해 일제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아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고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을 오가며 혼신의 힘을 다해 독립운동을 펼치다가 몹쓸 병을 얻어 러시아 땅에서 순국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대서사시였다.

그야말로 구한말 국권회복운동과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을 집대성한 살아있는 역사교육이자 나라사랑 교육이 되었다.

배우들이 `내 꿈은 단 하나 독립이여 어서 오라 내 나라여 영원하라'라는 라스트 송을 부르며 작별을 고해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던 그들에게서 희망을 보았다.

교육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과정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연극이 일제침탈은 물론 6·25전쟁마저 나 몰라라하는 미래 세대들에게 나라의 소중함과 국력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유익한 교재요 스승이 됨을 웅변했기 때문이다.

객석에서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한숨소리와 박수소리가 이를 입증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충북교육청의 이번 교육이벤트는 상찬받을 만하다.

사실 연극공연에는 많은 예산이 소요되어 부담스러운 측면이 없진 않다. 배우들의 출연료는 물론 악단과 무용수들의 인건비도 줘야 하고 연습 소요경비와 무대 소품 비와 의상비·분장비 등도 만만찮게 들기 때문이다.

하여 큰 맘 먹지 않으면, 확신이 서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교육이벤트이다.

김병우 교육감은 교육감이 되기 전부터 단재 신채호 선생을 선양하는 사업에 앞장섰던 지역에 몇 안 되는 인사 중에 한 분이었다.

그런 만큼 교육자이며 독립운동가요 선각자인 보재 이상설 선생의 위대한 발자취를 학생들과 공유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무튼 나라사랑 감동교육은 다다익선이다. 교육은, 학생들은 감동을 먹고 자라므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