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사후 약방문
되풀이되는 사후 약방문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12.0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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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또 허망하게 귀중한 생명들을 잃었다.

지난 3일 오전 인천 영흥도 해상에서 낚싯배 선창1호가 전복됐다. 22명의 승선원 중 15명이 사망·실종했고 불과 7명만이 목숨을 건졌다.

급유선이 작은 낚싯배와 충돌, 순식간에 배가 뒤집히면서 희생자 수가 많이 늘어났다. 배 안에 갇혀 있던 사람들의 피해가 컸다. 에어 포켓에 의존해 1시간여를 버틴 3명 말고는 모두 순식간에 배 안에 갇혀 익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는 2년여 전의 제주 추자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낚싯배 돌고래호 사고의 `데자뷔'같다. 무엇보다 골든타임을 놓쳤다.

2015년 9월 추자도에서 뒤집힌 돌고래호가 해류에 떠내려가고 있을 때 구조대는 사고 발생 후 90분이나 지나서 도착해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었다.

당시 해상 관제 센터는 어선위치발신장치 작동 여부도 아예 감시하지 않았다. 표류 예측 시스템을 맹신해 11시간 동안 엉뚱한 곳에서 헤맨 구조수색대도 문제였다. 결국 15명 사망, 3명 실종이란 최악의 참사로 남았다.

이번 영흥도 낚싯배 전복 사고 역시 2년 전의 오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사고는 6시9분 발생 직후에 곧바로 신고됐다. 방수 기능이 있는 휴대폰을 가진 승객 덕분이었다. 그러나 신고가 빨랐어도 소용이 없었다.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 있던 인천해경 구조대는 신고 접수 후 무려 1시간 27분이 지난 오전 7시 36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구조대가 늦게 도착한 이유는 보유하고 있던 고속단정이 고장이 나 수리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출동 명령이 떨어진 7분 후인 오전 6시 20분에 차량을 타고 육상을 통해 사고 해역과 가까운 영흥파출소에 도착, 민간 구조선을 타고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 구조대가 민간 구조선에 의지한 채 현장에 도착했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날 사고 후 2년 전 돌고래호 사고 때 가족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최영태씨(62)가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4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경이 사고가 발생한 지 33분 후 현장에 도착했다는 것은 비상 대기조가 없었다는 뜻”이라며 “해경의 구조 시스템은 2015년 돌고래호 참사 이후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이어 “해경에 비상대기조가 있었다면 사고 신고 접수 후 10분만에 현장에 나타나야 했다”며 “이번에도 해경은 골든 타임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돌고래호 사고 때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구명조끼도 지적했다.

당시 물에 잘 뜨지 않는 구명조끼의 재질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세월호 사고 후 우리 정부는 사고 지역이 어디라도 해상에서 1시간 이내에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골든타임을 놓치고 90분이나 지나 도착했다.

사고 때마다 되풀이돼 쏟아져 나오는 사후 약방문.

우리 국가 재난 안전망 구축사업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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