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없는 충북 만들기
AI 없는 충북 만들기
  • 박재명<충북도 동물보호팀장>
  • 승인 2017.12.03 1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 포럼
▲ 박재명<충북도 동물보호팀장>

닭고기 오리고기를 판매하는 식당에서 소비가 확 줄었다고 울상이다. 처음 AI가 발생했던 2003년도 이후 몇 해 동안은 관련 산업과 외식업체가 도산에 이를 정도로 심각했다. 하지만 그동안 수차례 학습과정을 거치며 가금육(家禽肉)의 소비 불안은 많이 해소되었다. 그러나 AI가 발생할 때마다 소상공인들이 겪는 어려움은 약간 정도의 차이일 뿐, 어렵기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고 하소연이다.

과거 양적인 축산물 소비시대는 지나갔다. 지금은 맛도 있어야 하고, 맛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해야 한다. 관련업에 깊이 관여하는 한 사람으로서, AI가 발생할 때마다 시장에서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마주하면 매번 당황스럽다.

고병원성 AI는 사실 직업병의 한 종류다. 감수성이 있는 가축과 가장 빈번하게 접촉하는 농장주, 도축장 종업원, 검사를 위해 가검물을 취급해야 하는 수의사, 바이러스를 직접 취급하는 연구원들이 가장 위험한 직군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닭고기 오리고기는 이동할 때마다 검사해야 한다. 도축장으로 출하할 때도 농장에서 1차 검사, 도축할 때 2차 검사를 거쳐서 합격해야만 시장으로 나간다. 그러므로 최종 소비자는 검증된 축산물을 소비하게 된다. 거기에다 조리과정에서 가열(加熱)하므로 축산물을 통해 감염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보는 것이 맞다.

해외에서 사람들에게 감염되는 사례를 보고 비교하기도 한다. 인체감염이 많은 동남아, 중국 등에서는 사양관리 형태가 우리나라보다 매우 낙후되었다. 동남아는 물의 나라이다. 집 주변으로 나 있는 수로에 야생 오리류가 상시 서식하고 있어 AI 발생률도 높다. 투계를 하는 몇몇 나라에서 닭은 가족과 다름없다. 행여나 콧물이 나면 입으로 쭉쭉 빨아 준단다. 유통경로에도 검사하지 않은 가금을 재래시장에서 도축하여 판매하는 과정이 위험스럽다. 이렇듯 가축의 사육형태나 소비방식, 문화가 우리나라와는 매우 다른 구조다. 그러므로 AI 감염이 걱정되어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나친 걱정이라고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올겨울도 AI가 발생하여 모두가 고생스럽다. 농가는 농가대로, 방역 당국은 방역 당국대로 서로 견해차를 절충하면서 헤쳐가는 길이 살을 에며 겨울 산을 넘어가는 고통과 같다. 소독소에 들러라. 소독증명서를 휴대하라. 겨울철에는 사육을 중단하라. 이동할 때마다 검사를 받아라. 잔반을 먹이지 마라. 우리 도에서 대책을 세운 30여 가지의 대책을 훨씬 넘어서 지금은 50가지 이상의 규제를 달고 있지 싶다. 법정전염병으로써 최고 단계인 도살처분까지 집행하는 전염병이기에 그렇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고 지방재정에 어려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이 가축전염병의 방역이 농가를 위하는 것으로 알지만 사실은 모두 소비자를 위한 대책이라고 보아도 틀리지 않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농장이 안전하면 소비자도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올해도 축산농가와 관계 시설에서는 희생을 감수하며 어려운 겨울을 나고 있다. 이제 소비자가 좀 너그럽게 응답해도 괜찮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축산환경과 축산물 공급 시스템을 믿어도 괜찮을 것 같다. 지금도 축산현장에서 철새를 쫓는 농부의 시름을 소비자가 어루만져 주었으면 좋겠다.

농가는 농가대로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는 심정으로 책임 방역해 주었으면 한다. 일부 농가는 국가방역의 소관이라 정부가 모두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농가 단위에서 24시간 개별 방역 없이는 천만금의 예산을 써도 막을 수 없는 노릇이다. 너와 나 모두가 합심할 때 농부도 웃고 소비자도 웃을 수 있다. 연습과 실전은 이미 차고 넘치도록 했다. 더 물러날 곳도 없다. 모두가 기대하는 바대로 AI 없는 충북을 만드는데 모두가 한마음으로 응원해 주길 바라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